정부가 국가채무비율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올 하반기부터 재정 확대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약 80%는 올해 나랏빚을 감축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국가채무비율이 비슷한 11개국 가운데서도 9개국이 나랏빚을 줄인다. 세계의 재정 건전성 강화 흐름에 한국만 역행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나랏빚 줄이는 OECD國…'곳간' 활짝 열겠다는 한국
26일 OECD 경제전망 통계에 따르면 33개 회원국 중 26개국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전년보다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1월 기준으로 각국의 성장률과 재정운용 계획을 기반으로 추산한 결과다. 국가채무비율이 상승하는 나라는 한국 외에 기축통화를 사용하는 미국 일본 프랑스와 이스라엘 노르웨이 룩셈부르크 등 7개국이었다. 한국의 채무비율(중앙·지방정부 부채 기준)은 작년 말 38.2%에서 올해 말 39.5%에 이를 전망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국가채무비율은 40%를 넘어설 것”이라며 재정 확대 기조를 거듭 확인했다.

채무비율이 50% 미만으로 양호한 나라들도 11개국 중 9개국이 채무비율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은 44.7%에서 44.1%, 호주는 42.0%에서 39.8%로, 스위스는 40.0%에서 39.0%로 채무비율이 줄어든다.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은 “OECD 회원국의 국가채무비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높아지다가 2015년께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재정 긴축 기조가 강화됐다”며 “복지 분야에서 지출 구조조정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유럽도 지출 줄이는데…한국만 거꾸로 '돈 살포'

OECD 평균 국가채무비율은 작년 110.7%에서 올해 111.0%로 약간 오른다. 하지만 이는 OECD 전체 국가채무의 35%를 차지하는 미국이 공격적인 재정 확대 정책으로 채무비율을 106.8%에서 109.9%로 3%포인트 올린 영향이 크고 그외 대부분 나라는 빚 감축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4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118.4%까지 치솟았던 스페인은 그해 채무비율을 60% 이하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헌법에 명시했다. 이런 비장한 각오 덕분에 국가채무비율이 올해 114.6%까지 떨어졌다. 독일은 육아수당·양육보조금 등 혜택을 축소하고 실업급여를 의무지출(법에 명시된 지출)에서 재량지출로 바꿨다. 그 결과 2014년 83.2%이던 채무비율을 올해 68.1%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복지 강국인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등도 사회복지 지출 절감 정책 덕에 올해 채무비율이 개선된다.

반면 한국은 국가채무비율이 작년 43.26%에서 올해 43.30%로 오른다. OECD 통계는 중앙·지방정부와 비영리공공기관을 합친 ‘일반정부 부채(D2)’ 기준으로 우리 정부가 주로 쓰는 ‘중앙·지방정부 부채(D1)’ 기준(작년 38.2%)보다 조금 높게 나타난다. 실제 증가폭은 OECD 전망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OECD 전망은 작년 11월 기준인데 그 이후로 6조7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재정 추가 소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번 추경으로 적자국채가 3조6000억원 늘어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한국의 국가채무비율 증가 속도는 OECD 전망보다 빠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