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월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를 경기 용인으로 확정하자 경북 구미시는 허탈감에 빠졌다. 유례없는 지역경기 침체 속에서 반도체공장 유치만이 유일한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장세용 구미시장은 당시 “균형발전이란 현 정부의 국정 과제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SK하이닉스 구미유치 시민운동본부’는 대(對)정부 투쟁을 선언하기도 했다.

구미지역 여론은 싸늘하다. 구미산업단지의 한 업체 대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줄지어 찾아올 텐데 꼴도 보기 싫다”며 “최저임금 속도 조절 등을 수차례 호소했는데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도체 부품 제조업체 대표는 “신입사원이나 외국인 근로자에게까지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을 맞춰주면서 채산성을 유지하려면 숙련공 대우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질 좋은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하는데 기업들이 무너지는 상황에선 공허한 얘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구미산단에 입주한 중소기업들이 독자 기술을 갖추고 체질 개선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맞춤형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달호 구미상공회의소 경제조사부장은 “대기업이 산단에 새로 입주한다고 해도 몇 년 후 해외로 떠나버리면 협력업체들이 줄줄이 폐업할 수밖에 없다”며 “공단 입주업체들이 자립할 수 있는 생존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관 구미산업단지경영자협의회 상근부회장은 “기업들의 연구개발(R&D) 지원정책만 해도 경상북도와 구미시, 산단본부 등으로 분산돼 있다”며 “기업으로서는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미=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