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달 초 기자단 오찬간담회 자리에서 건배사로 “조장풍 파이팅”을 외쳤다. 조장풍은 MBC 월화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 나오는 주인공이다. 장관이 관심을 보일 정도로 이 드라마는 고용부에서도 화젯거리다.

이 드라마는 유도선수 출신인 근로감독관 조진갑(별명 조장풍)이 임금 체납 사업주 등을 응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근로감독관은 각종 근로기준법 위반을 수사·감독하는 공무원이다. 드라마가 시작될 때만 해도 고용부 직원들의 기대가 컸지만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24일 고용부 한 사무관은 “일선 근로감독관에게 ‘왜 조장풍처럼 못 하느냐’고 항의하는 민원인이 늘었다”며 “격무에 시달리는 근로감독관들이 더 안쓰럽다”고 말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근로감독관 실무인력은 1311명이다. 이들 한 명이 담당하는 사업장 수는 1488개, 근로자 수는 1만3531명에 이른다. 지나치게 근무 강도가 높다는 지적에 고용부는 올해 300명가량의 근로감독관을 증원하고 있다.

드라마의 왜곡 및 과장 수위가 도를 넘어섰다는 푸념도 쏟아진다. 조장풍이 혼자서 사업장을 방문해 현장 감독에 나서는 것부터 사실과 다르다.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따르면 사업장 감독에 나설 때는 신변안전을 이유로 반드시 2명 이상이 동행해야 한다.

일부 근로감독관이 기업과 결탁해 내부 단속 정보를 흘리거나 향응을 받는 장면도 나온다. 조장풍이 매회 흥신소 사장과 결탁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회사를 조사하는 등의 내용도 있다. 근로감독관 삶의 애환을 다루기보다 노조 관점에 치우친 ‘악덕 감독관’ 이미지만 부각하고 있다는 게 고용부의 불만이다.

고용부 한 과장급 직원은 “근로감독관을 폄훼하고 사기를 꺾는 내용이 많은 드라마인데 정부 고위인사들이 왜 관심을 보이는지 모르겠다”며 “세심하게 드라마를 보지 않은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