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형 조선사 가운데 올해 1분기(1~3월) 선박을 수주한 곳은 부산의 대선조선(2척)과 전남 해남에 있는 대한조선(2척) 두 곳뿐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수주가 잇따르고 있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와 온도차가 크다.

중형 조선사의 '눈물'…1분기 달랑 2곳만 일감 따내
24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 들어 1분기까지 한진중공업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대한조선 대선조선 한국야나세 연수중공업 등 중형 조선사의 수주 실적은 8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7% 감소했다.

중형 조선사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2010년 39억5000만달러어치를 수주해 국내 조선시장에서 11.7% 점유율을 기록했던 중형 조선사의 올 1분기 점유율은 2.9%(1억6000만달러)에 그쳤다.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0년 이후 최저치다. 수주 부진이 이어지면서 남은 일감(수주 잔량)도 줄고 있다. 중형 조선사들의 수주 잔량은 98만4000CGT로 작년 4분기보다 3.4% 감소했다.

전망도 밝지 않다. 해운사들이 교역량 증가와 연료 효율성을 감안해 대형 선박을 주로 발주하고 있어 중형 조선사의 먹거리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1분기 글로벌 중형 선박 발주량은 143만CGT로 작년보다 56.4%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형 선박을 포함한 전체 선박 발주량 감소폭(-36.5%)을 웃돈다. 국내 중형 조선사가 주로 수주해온 벌크선과 중형 탱커의 1분기 발주량도 전년 동기보다 각각 65%, 91.2% 급감했다.

중형 선박시장이 쪼그라들면서 중형 조선사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찬밥 신세가 됐다. 경남 통영의 성동조선해양은 작년 10월과 올 2월 매각 작업이 무산된 가운데 이달 들어 세 번째 매각을 추진 중이다. 법원이 정한 회생계획안 가결 기간이 오는 10월 18일까지여서 이번 매각도 실패하면 청산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주가 꾸준한 대선조선도 지난해 가격 문제로 매각이 무산됐다.

중형 조선사들은 선수금환급보증(RG) 문제로 수주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조선사가 주문받은 배를 넘기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은행이 발주처에 선수금을 대신 물어주겠다고 보증을 서는 RG를 받지 못하면 수주 자체가 불가능하다. 한 중형 조선사 영업담당 임원은 “중형 선박 기자재업체 등 협력사 상당수가 부도 위기에 처했다”며 “은행권이 RG 발급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