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부터 의무가입
논란 일으킨 성능점검 업체 사실상 책임 ‘無’
업계 “차 값 오르는 부작용 우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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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중고차의 '날림 점검'을 막기 위해 정비업체에 새로운 형태의 책임 보험(성능기록부 작성자의 보증 책임)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중고차 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는데 제3자(보험사) 개입으로 소비자의 비용 부담만 높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24일 <한경닷컴> 취재 결과 국토부는 최근 “늦어도 이달 말에는 성능·상태점검기록부(성능기록부) 책임 보험을 반드시 가입토록 하라”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업계 관계자들에게 내려보냈다. 또한 “미가입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토부의 적극적 의지에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등 13개 손보사가 상품을 내놓고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성능기록부 보험시장 규모는 연간 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성능기록부는 중고차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는 필수 증빙서류다. 중고차 매매업체는 거래 시 구매자에게 의무 발급해야 한다. 일정 기간 무상 수리와 보상, 환불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장치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동안 무책임과 수박 겉핥기식 ‘날림 점검’을 하는 일부 성능점검 업체 탓에 “믿을 수 없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는 평가가 많다.

국토부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2018년 10월부터 ‘성능기록부 작성자의 보증 책임(책임보험 가입)’ 등 관련 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하지만 보험상품이 없어 7개월간 유예기간을 부여했고, 이달 말로 만료를 앞두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접수된 중고차 관련 민원을 들여다보면 절반가량이 성능기록부상과 품질, 상태가 다르다는 내용”이라며 “보험 가입을 의무화해 구매자의 경제적 피해를 예방하자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중고차 매매업체에 내려보낸 공문 일부 / 사진=박상재 기자

국토교통부는 최근 중고차 매매업체에 내려보낸 공문 일부 / 사진=박상재 기자

그러나 업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안에 성능기록부 불신 논란을 불러일으킨 성능점검 업체가 빠져 있어서다.

이들은 책임 보험에 가입한다 하더라도 환불 등 관련 보험금 지급에 대한 우려가 없고, 성능점검에 드는 비용을 올리면 돼 사실상 부담이 없다.

실제 일부 성능점검 업체는 대당 3만 원 선인 비용을 4만4000원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상폭은 46.6%에 달한다.

이 가격에는 혹시 모를 분쟁에 대비해 관련 협회가 쌓아두는 충당금(대당 약 9000원)이 이미 포함돼 있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보험 비용 부담이 고스란히 매매업체들에게 돌아간다. 지난 한 해 중고차 거래 규모인 369만 대(국토부 기준)에 대당 책임보험료가 1만~50만원인 점 등을 감안했을 때 차 값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곽태훈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은 “국토부가 시행하는 성능기록부 책임 보험의 구조는 목적인 구매자 보호에 역행한다”며 “현 상황을 보완하기 위해 손보사 배만 불리는 미봉책”이라고 꼬집었다.

곽 회장은 “특히 구매자와 일선에서 만나는 매매업체를 배제했다”면서 “정작 중고차를 사고파는 사람은 보험 내용과 각종 절차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매매업체들이 소외당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엄밀히 따져보면 당사자는 성능점검 업체와 보험개발원”이라고 답했다.

비용 이외에도 구매자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고차 구매자는 성능에 문제가 발견되면 직접 거래한 매매업체, 성능점검자가 아닌 손보사를 상대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선택권이 없어 특정 손보사 상품에 일방적으로 가입하는 것만 가능하다.

특히 삼성화재 등 일부 손보사는 ‘의무 보험에 가입하더라도 회사가 정하지 않은 정비업소에 대한 수리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면책 사항으로 반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성능기록부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취지에서 정책 방향에는 공감한다”며 “다만 성능점검 업체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비용을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부담하는 꼴이 됐다”고 토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구매자 등에게 일정 부분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차 값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라며 “성능기록부를 믿을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지는 만큼 받아들여질 것이라 본다”고 했다.

또 “내년 데이터가 쌓이면 보험금 지급 이력이 생긴 성능점검 업체에 납입금액을 올리는 등 페널티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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