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이규성 칼라일그룹 공동대표와 대담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이규성 칼라일그룹 공동대표와 대담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경쟁사나 우리 회사도 아닌, 바로 고객입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그룹의 미래 성장을 위한 우선순위’를 묻는 질문에 내놓은 답이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이규성 칼라일그룹 공동대표와의 대담에서다. 세계 3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미국 칼라일그룹이 기관투자가(LP)에 운용 상황 등을 설명하는 행사를 쪼개 이례적으로 마련한 자리다.

30분간 영어로 진행된 대담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고객 중심 가치’란 말을 화두로 꺼냈다. 그는 “고객 중심으로 회귀가 필요하다”며 “모든 직원이 고객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글로벌 경쟁사와 회사에만 신경 썼지만, 이제 고객에게 집중해야 할 때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기업 및 조직 문화 혁신과 관련해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같은 조직문화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수평적인 소통 구조를 갖추고 불필요한 형식과 절차를 파괴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할아버지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은 전 직원이 일사불란하게 따르도록 하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줬는데 지금은 함께 논의하고, 서로 아이디어를 나누려고 한다”고 했다.

미래차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방안도 언급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연구개발 투자 확대와 효율성 증대, 외부 기술 수용 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제 아들이 운전면허를 딸 생각을 안 하는 걸 보면, 밀레니얼 세대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게 아니라 공유를 희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사옥인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개발과 관련해선 “투자자들을 유치해 공동 개발할 계획”이라며 “수익을 내 현대차그룹 핵심 사업에 재투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선 “투자자들과 현대차그룹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여러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