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전기자동차 보조금 차별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자국 업체의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만 차량 구입 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중국이 외국 기업의 자국 진출을 막기 위해 보조금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中 '배터리 쇄국'…4년째 한국산 장착한 전기차엔 보조금 안줘
23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삼성SDI 배터리를 장착한 둥펑르노자동차와 충칭진캉자동차의 전기차 5종은 이달 초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대상 차량에 선정되지 못했다. 한국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빠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 정부는 2016년부터 한국산 배터리가 들어간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지 않고 있다. 배제 이유도 명확하지 않다. 업계는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앙심을 품은 중국 정부의 경제 보복으로 해석하고 있다.

보조금 차별의 여파는 고스란히 한국 배터리업체와 완성차업체로 이어지고 있다. 1000만원 안팎인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사실상 시장에서 경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LG화학과 삼성SDI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들은 중국에서 판매조차 할 수 없다고 한국 업체들은 입을 모은다. 배터리를 중국산으로 교체하고 나서야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선정된 차량도 적지 않다.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와 위에둥(중국형 아반떼) 전기차 등이 대표적이다.

가까스로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됐지만 중국 시장에서 대부분 고전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정부의 든든한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완성차업체들이 이미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대차 쏘나타 PHEV는 지난해 8월 중국 업체 CATL의 배터리로 교체한 이후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선정됐지만 그해 판매량은 831대에 그쳤다. 이로 인해 한국 배터리업체들은 폭발적으로 커지는 중국 시장에 제대로 진입도 못 하고 있다.

그 사이 중국 배터리 및 자동차업체들은 급성장했다. 중국 자동차업체 비야디(BYD)는 지난해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22만7364대를 판매해 2위에 올랐다. 3위도 16만4958대를 판 베이징자동차가 차지했다. 이들 회사를 비롯해 10위권 내 중국 업체는 네 곳에 달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상위 열 곳 중 여섯 곳이 중국 업체였다. 이들의 시장 점유율을 합하면 49.5%에 달했다.

중국 정부는 보조금 규모 축소를 거쳐 2021년 보조금 제도를 전면 폐지할 계획이다. 중국 업체들도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기술력에서 앞선 한국 업체들의 경쟁력이 부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보조금 외에 다른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을 꺼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많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도 자국 기업과 외국 브랜드를 동등하게 대우하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