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분기별로 평균 20조원을 웃돌던 가계 빚 증가세가 지난 1분기 3조원 수준으로 확 줄었다. 2013년 1분기 이후 6년 만의 최저 규모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주택 매매 거래 감소가 맞물린 영향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은 가계대출 부실 우려가 줄면서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커지게 됐다.

분기마다 20兆씩 불어나던 가계빚, 1분기 3.3兆 증가 그쳐
한은은 지난 1분기 가계신용(가계 빚)이 3조3000억원 증가한 1540조원으로 집계됐다고 22일 발표했다. 전분기보다 1.5%, 전년 동기보다는 4.9% 늘어난 것이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이나 보험, 대부업체, 공적 금융기관 등 금융회사에서 받은 대출과 신용카드 할부 빚(판매신용)을 합한 것이다. 매분기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특히 매번 가계소득 증가율을 크게 웃돌면서 우려를 낳았다. 1분기 가계 빚 증가세도 지난해 가계소득 증가율(3.9%)과 비교하면 여전히 빠른 편이다.

하지만 과거 추이와 비교하면 증가 속도는 현저히 둔화됐다. 지난해에는 분기별로 평균 증가액이 21조4000억원에 달했는데 올해는 6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든 것이다.

한은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관리 지표로 도입되는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된 데다 주택 매매가 위축된 데 따른 영향으로 보고 있다. DSR은 지난해 10월 도입됐다. 시중은행은 연소득 대비 총 부채의 원리금 상환액을 따져보고 이 비율이 70%가 넘는 ‘위험군’ 대출 비율을 신규 대출의 15%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주택 매매가 줄어들면서 주택담보대출도 감소했다.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올해 1분기 14만5000가구로 작년 4분기(21만3000가구)보다 6만8000가구 줄었다.

전문가들은 가계 대출이 큰 폭으로 둔화하면서 상대적으로 가계 대출 부실 우려가 낮아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가계 대출의 가파른 증가세를 의식해 긴축적 통화 정책을 유지해온 한은의 금리 인하 여지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