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트코인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가상화폐 투자열기가 이상 과열로 치닫고 있다. 직장과 학교에서 종일 컴퓨터 화면 속 호가창만 들여다보는 ‘코인 좀비’가 속출하고 있다.

29일 가상화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약 200만 명(중복 계산)의 신규 투자자가 가상화폐시장에 진입했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회원만 134만 명으로 연초(33만 명)보다 100만 명 이상 늘었다.

외형 증가보다 더 주목받는 대목이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올인’ 투자하는 위험천만한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하루에 수천만원을 벌었다는 ‘인증 글’로 도배되고 있다. 부유층 자녀 사이에선 ‘비트코인 용돈벌이’가 연초부터 유행 중이고, 이른바 ‘흙수저’들도 ‘코인이 답’이라며 빚을 내 뛰어드는 양상이다."

한국경제신문 2017년 11월 30일자 <직장인도 학생도 '비트코인 좀비'> 기사 일부이다. 이같은 현상은 2017년초 100만원을 밑돌던 비트코인 가격이 같은해 11월 1000만원을 넘어설 정도로 급등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너나 할 것 없이 비트코인 열풍에 뛰어들면서 2018년 1월초 비트코인 가격은 2000만원을 넘어서 2885만8500원(업비트 기준)까지 올랐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은 깊기 마련이다.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꾸준하게 떨어지면서 지난해말 400만원이 무너지기도 했다. 최고점과 비교하면 90% 가까이 급락한 것이다. 뒤늦게 비트코인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맛 봐야 했다.

반전은 올해 2월부터 시작됐다. 1년 이상 조정을 받았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2월 400만원대를 회복한 이후 두 달여만에 두 배 이상 오르며 1000만원에 바짝 다가섰다. 이후 등락을 보이고 있지만 950만원 부근에 머물고 있다.
비트코인 시세 / 업비트 화면 캡쳐

비트코인 시세 / 업비트 화면 캡쳐

비트코인이 부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자산시장에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비트코인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갈 곳 잃은 유동성이 미중 무역전쟁 심화되면서 이와 큰 연관이 없는 비트코인으로 유입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이란 등 일부 신흥국들의 정치 불확실성이 고조된 점도 비트코인으로 자금이 몰리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극도의 정치 불확실성과 하이퍼인플레이션에 직면한 국가의 화폐는 비트코인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며 "안전 vs 위험자산 기준은 투자자가 처한 위험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베네수엘라나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 비트코인은 볼리바르나 페소보다 안전한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비트코인 거래량이 급증한 우리나라도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위안화 추가 절하와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기관 자금 유입에 대한 기대감에 비트코인 거래가 유의미하게 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뉴욕증권거래소의 모회사인 ICE가 추진하는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 백트(Bakkt)는 오는 7월 실물 인수 방식의 선물 거래 테스트를 처음으로 시작한다. 그동안 기관 자금 유입의 걸림돌이던 실물자산 보관의 안정성(투명성), 투자자 보호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이라는 평가다.

김 연구원은 "이 서비스가 정식으로 출범하면 SEC(미국증권거래위원회)의 암호화폐 ETF 승인 가능성도 매우 높아진다"며 "본격적인 기관 자금 유입 트리거가 될만한 대형 호재"라고 판단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다시 늘고 있어, 풍부한 유동성에 따른 수혜가 이어질 수도 있다. 어떤 자산이든 가격 급등세가 이어질 때는 끝없이 오를 것만 같은 착각이 들게 마련이다. 뒤늦게 묻지마 투자에 뛰어들게 되는 이유다. 2017년 비트코인이 그랬다. 아직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당시와 같은 모양새를 나타내지 않고 있지만 다시 급등한다고 해도 지난해 비트코인 가격이 90% 가까이 급락했었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한다.

정형석 한경닷컴 기자 chs879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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