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증시에 상장한 승차 공유업체 우버, 세계 최대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도 익숙한 기업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주요주주 중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이하 비전펀드)가 끼어있다는 데 있다. 국내에서도 ‘로켓배송’ ‘새벽배송’으로 유명한 쿠팡이 비전펀드의 투자를 받았다.

글로벌 유니콘 뒤엔 항상 '비전펀드'가…
비전펀드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사진)이 기술기업 투자를 위해 조성한 1000억달러(약 117조원) 규모의 벤처펀드다. 세계 벤처 펀드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비전펀드의 도움 없이는 ‘유니콘’(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이 되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만큼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이 펀드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한다. 초기 스타트업보다는 어느 정도 덩치를 키운 상장 직전 단계의 기업을 선호한다. 투자 포트폴리오는 다양하다. △모빌리티(우버·디디추싱·그랩) △전자상거래(쿠팡·플립카트) △핀테크(소파이·페이티엠) △공유경제(위워크) △반도체(엔비디아·ARM) △바이오(로이반트) 등의 분야에 고루 자금을 넣었다.

펀드 기반은 ‘오일머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가 절반에 가까운 450억달러를 냈다.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도 150억달러를 거들었다. 그 밖에 미국 정보기술(IT)기업인 애플과 퀄컴, 미쓰비시 UFJ파이낸셜그룹 등 일본 3대 대형 은행과 오라클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 메르세데스벤츠를 보유한 독일 다임러그룹 등이 펀드에 출자했다.

지나치게 거대한 덩치 탓에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일부 외신은 “비전펀드의 과도한 투자가 IT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2000년대 초반의 닷컴 거품이 재연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비전펀드에 맞먹는 두 번째 기금 설립도 가시권에 들었다. 손 회장은 지난 10일 소프트뱅크그룹 결산발표 기자회견에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와 비슷한 규모인 10조엔(약 107조원)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