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박성수 회장 상표권 인수
파주공장 짓고 냉동만두 생산

만두 파동 등 겪고 기업회생절차
상표권 분쟁으로 제품 생산 중단
신정호 취영루 대표가 쓰는 책상 맞은편엔 ‘취영루 살아나리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물만두 시장을 석권했던 취영루는 갑자기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2004년 ‘쓰레기 만두’ 파동이 직격탄이 됐다. 이후 상장폐지와 유동성 위기로 인한 기업회생 절차 신청, 상표권 분쟁까지 온갖 시련을 겪었다.

취영루가 재기를 준비하고 있다. 2년 전부터 냉동만두 생산을 재개하고 유통망을 넓혀가고 있다. 올해 매출 목표는 400억원. 대기업이 장악한 만두시장에서 ‘만두명가’의 명성을 되찾아 주식시장에 재상장하겠다는 비전도 내놨다.
신정호 취영루 대표가 경기 파주시 본사에서 취영루 만두를 설명하고 있다. 신 대표는 지난해 8월 창업주인 박성수 회장에 이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신정호 취영루 대표가 경기 파주시 본사에서 취영루 만두를 설명하고 있다. 신 대표는 지난해 8월 창업주인 박성수 회장에 이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물만두 대명사가 되다

취영루의 모태는 1945년 한 화교가 서울 소공동에 차린 중국음식점. 부추와 돼지고기를 듬뿍 넣은 물만두로 이름을 날렸다. 값은 비쌌지만 물만두를 사려는 인파로 장사진을 이뤘다. ‘취영루 만두’는 물만두의 대명사로 통했다. 1988년 서울 논현동으로 자리를 옮긴 뒤 지금까지도 ‘노포 맛집’으로 통한다.

50년 넘게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던 취영루는 1998년 박성수 회장이 이 회사 상표권을 인수하면서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만두공장 창업을 준비 중이던 박 회장은 상표권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알아봤다. 당시 2억원의 고가에 취영루 상표권을 샀다. 취영루가 상업권만 등록한 채 상표권은 방치했을 정도로 브랜드 권리에 대한 인식이 낮은 시절이었다.

'만두지존' 취영루의 귀환…만두 파동·상표권 분쟁 10년 시련 딛고 재기

‘맛집’에서 ‘기업’으로

상표권 값을 턱없이 높게 치렀다는 주변의 비아냥을 들었다. 박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로케트건전지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공장을 운영했던 박 회장은 취영루의 브랜드 가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미국 질레트사는 외환위기로 경영난에 빠진 로케트건전지 상표권을 600억원에 사갔다.

박 회장은 “로케트라는 이름값 한 글자당 200억원의 가치가 매겨지는 걸 보고 상표권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며 “기왕 냉동만두 시장에 뛰어든다면 취영루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기존 브랜드를 활용하는 게 유리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상표권을 인수한 뒤 경기 파주에 공장을 짓고 손으로 빚던 만두를 기계로 생산했다. 외환위기 이후 냉동만두가 ‘가성비’ 높은 가공식품으로 각광받으며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취영루는 냉동 물만두로만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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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파동’ 등 잇단 시련

취영루의 첫 위기는 날벼락처럼 찾아왔다. 2004년 ‘쓰레기 만두 파동’ 보도가 불씨가 됐다. 만두소에 식용으로 쓸 수 없는 단무지가 들어갔다는 게 보도의 요지였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발표한 ‘블랙리스트’엔 취영루도 올라가 있었다. 문제가 된 단무지 공장에서 단무지를 납품받았다는 이유였다. 박 회장은 “구내식당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단무지를 사온 게 화근이었다”며 “물만두에는 애초에 단무지를 사용하지 않는데도 억울한 오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블랙리스트가 발표된 당일 박 회장은 신문사를 찾아갔다. 신문 1면에 ‘취영루 만두에서 단무지나 무성분이 나오면 즉시 회사문을 닫겠다’는 광고를 실었다. 적극적인 해명에도 대형마트에선 반품 물량이 쏟아졌다. 3개월 동안 반품 폐기 처리와 광고비로만 100억원 가까운 돈을 들였다.

만두 파동이 잦아들며 매출이 회복될 즈음 다시 한번 위기가 찾아왔다. 유통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유동성 위기가 찾아온 것.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엔 상표권을 담보로 대출받는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해태제과와 상표권 분쟁으로 이어졌다. 2015년 대법원에서 취영루가 최종 승소하며 상표권 분쟁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공장은 3년 가까이 멈춰선 상태였다.

다시 일어서는 취영루

취영루 공장은 2년 전부터 다시 돌기 시작했다. 공장 생산설비를 전면 교체하고, 만두 크기도 키웠다.

신 대표는 “시중 물만두는 개당 8~9g인데 취영루 물만두는 11g으로 만두 속 무게를 늘렸다”며 “공장을 멈춘 기간 동안 설비를 효율화해 생산성도 높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이마트 자체상표인 피코크와 손잡고 ‘피코크 취영루 촉촉한물만두’를 내놨다. 이 상품은 출시 2주 만에 1만 개 이상 팔리며 인기를 끌었다. 완도 전복만두, 영광 굴비만두 등 고급 식재료를 활용해 프리미엄 만두 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적자였던 영업이익을 올해는 흑자로 전환하고 매출을 4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도 세웠다. 신 대표는 “지난해 대형마트 입점을 마쳤고 올해는 외식업소와 급식소 등 도매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어서 무리한 목표는 아니다”며 “2년 뒤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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