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양산 실패, 낸드도 시제품만 내놔
중국 반도체 굴기의 실체, 국내에서 과장
점유율 및 매출 점진적 후퇴는 대비해야
<전문> 글로벌 전자업체인 A사가 중국 주하이에 새로 짓는 최신 시스템반도체 공장의 승패를 한국인 손에 맡겼다. 공장의 장비 선정과 라인 구성부터 제조공장 운영까지 한국 컨설팅사에 맡긴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오랜 기간 경험을 인정 받은 최진석 사장이 주인공이다. 장비 공급업체 선정을 위해 선전에 머물고 있는 최 사장은 지난 15일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 반도체업계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길과 중국 반도체 굴기의 전후 사정을 털어놨다. 그의 말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옮긴다. 그의 일부 주장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 있음도 밝힌다.
中 '메모리 굴기' 무산…"삼성전자, 최소 30년 독주"

나는 한국 반도체 업계를 통틀어 중국 반도체 산업의 현황을 가장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말까지 3년 6개월간 대만에서 일하며 중국 반도체의 성장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중국 반도체 사업에 참여하는 대만인은 물론, 중국 업체 관계자들도 조언을 구하기 위해 찾아온다. 그렇다 보니 중국 '반도체 굴기'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국에 보도되는 중국 반도체 굴기 내용들은 과장됐거나 실제와 다른 것들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까지 메모리 반도체 영역에서 중국의 굴기는 없다. 각종 풍문에도 불구하고 지금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중국 업체는 한 곳도 없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최소 30년 이상 메모리 1위의 자리를 유지할 것이다.

중국은 메모리반도체 생산을 위해 2016년 D램 업체 두 곳과 낸드업체 한 곳을 설립했다. 허페이창신과 푸젠진화가 D램, 칭화유니가 낸드업체다.

D램업체들은 대만에 있는 마이크론의 생산라인을 그대로 카피했다. 허페이창신은 마이크론의 23나노미터 공장인 '100S'를, 푸젠진화는 28나노미터급인 '90S'공정을 옮겨와 D램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를 위해 허페이창신은 대만 기술자를 400명까지 영입했다. 푸젠진화는 마이크론의 공정 기술자들을 영입한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제조)업체 UMC와 합작했다.

마이크론은 100S와 90S 등 신규 공정라인을 개발하는데 각각 3조~4조원 가량의 돈을 투자했다. 중국 업체들이 마이크론에 라이선스계약도 없이 이용료 한 푼 내지 않고 공정을 배껴가는 것을 당연히 그대로 두고 볼 리 없다. 현황만 파악하고 있던 마이크론은 푸젠진화가 공정 개발을 완료했다고 발표한 지난해 행동에 나섰다.

그 동안 축적된 자료로 미국 법원에 특허 침해 소송을 내 승소하고, 이를 근거로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장비을 푸젠진화에 판매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상무부에 요청을 한 것이다. 아직 장비 세팅 단계인 푸젠진화는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램리서치 등 미국 장비 추가 도입 없이는 생산이 불가능했다. 상무부가 마이크론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푸젠진화의 D램 생산 준비도 올스톱됐다. 앞으로도 독자 D램 생산은 불가능할 전망이다.

허페이창신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3년간 공을 들인 공정라인 건설은 마이크론과의 특허 문제를 피해가기 어렵다. 이에 따라 독자 공정 라인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 역시 녹록치 않다. 영입한 대만 기술자들은 기존 라인을 세팅하고 관리하는 분야에 전문성이 있을 뿐 신규 공정을 개발한 경험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허페이창신은 신규 공정 개발을 위한 장비를 올해 8월 대거 도입한다. 아직 공정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지금 장비를 구매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이다. 공정 개발이 순조롭게 이뤄져도 2년 후인 2021년말에나 D램 생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허페이창신의 자체 역량으로는 새로운 공정 개발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이미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 푸젠진화와 허페이창신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우선 푸젠진화는 마이크론에 인수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의 공정기술를 활용해 만들어진 라인인만큼 마이크론이 아니면 법적 이슈를 피해 공장을 운영할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수세에 몰린 중국측의 불가피한 선택인만큼 마이크론은 헐값에 신규 D램 라인을 넘겨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마이크론이 손쉽게 D램 생산량을 늘릴 수 있게 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악재다. 중국정부의 반도체 드라이브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경쟁자들 사이에 악재와 호재가 갈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허페이창신도 지금으로서는 가망이 없어 보인다. 전문가 입장에서 보기에 독자적인 공정 기술 개발과 생산은 불가능하다. 한국이나 미국의 D램 업체와 합작하거나 공장을 넘기는 선택을 몇년 안에 해야할 가능성이 높다. 해당 공장을 어디서 갖고 가느냐에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간 시장 점유율 등락에 영향을 줄 것이다.

D램에 비하면 낸드는 상대적으로 사정이 낫다. 2017년 칭화유니는 32단 3D 낸드 개발을 완료했기 때문이다. D램에 비해 낸드의 생산 난이도가 크게 낮아 가능했다. D램 생산을 위해 필요한 기술 수준이 100이라면 낸드는 30 정도에 가능하다.

하지만 칭화유니는 아직 낸드를 생산하지 않고 있다. 세계 낸드 시장이 64단 이상의 3D낸드 중심으로 바뀐 상황에서 32단 낸드를 필요하는 수요처 자체가 남아 있지 않아서다. 이에 따라 칭화유니도 64단 3D낸드 개발과 생산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말 관련 공정 개발을 끝낸데 이어 64단 3D낸드를 웨이퍼 기준으로 월 2만장 생산할 수 있는 장비를 5월에 들여왔다. 하지만 장비 셋업과 생산까지는 최소 1년이 걸릴 전망이다. 그나마도 개발한 공정의 신뢰성에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많아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결국 내년 상반기까지는 D램과 낸드를 막론하고 시장에 나오는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는 전무하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어려워졌다거나 한국 메모리 업체가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일부 보도는 아직 너무 먼 이야기다.

공정 및 제품 개발, 공장 생산라인 설치, 수익성 있는 가동을 위한 노하우 축적 등에 5~10년이 걸리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앞으로 최소 30년은 삼성전자의 독주가 계속 될 것으로 확신한다. SK하이닉스도 최소 15년 이상 메모리 2위 자리를 유지할 것이다.

1980년대초 미국을 꺾고 세계 반도체 업계의 왕좌를 차지한 일본 업체들이 1990년대 중반 삼성전자에 밀리기 시작했다. 1위 수성 기간은 15년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여기에 비하면 한국은 상당히 오랜 기간 메모리 반도체 업계를 호령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 메모리 업체들이 '꽃길'만 걷는다는 뜻은 아니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생산 자체를 막을 수 없고, 중국산 반도체들이 시장에 나오면 반도체 가격 하락과 한국의 시장 점유율 감소도 일정 정도 불가피하다.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 입장에서 볼 때 여기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진석 사장은

반도체 업계에서 10년 이상 일한 이들 중에 그의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삼성전자가 막 메모리사업을 시작한 1984년 연구원으로 입사해 2001년 SK하이닉스로 자리를 옮겨 CTO(최고기술책임자) 등을 역임하고 2010년 회사를 나왔다. 업계에서 드물게 반도체 개발부터 제조·공정까지 전 과정을 섭렵하고 있는 인물이다. 한 번만 받아도 '임원 승진 보증수표'로 얘기되는 삼성 기술대상을 세 번 수상했다. 12인치 웨이퍼 가공기술 개발, 256메가,16메가 D램 개발의 공로를 인정 받은 결과다. SK하이닉스에서는 채권단의 자금 지원이 없는 가운데 기존 생산설비로 수율을 올리고 생산량을 늘렸다. 2006년 메모리 반도체 업계 최저 제조원가, 최고 생산량 확대 등의 기록을 내놨다. 이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07년 "어떻게 삼성전자가 하이닉스에 뒤쳐질 수 있느냐"며 반도체 경영진을 강하게 질책하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후 반도체와 제조공정이 비슷한 솔라업계인 STX솔라, 한화큐셀 등에서 CEO로 일했다. 2015년 생산 및 공장 컨설팅업체를 세웠고, 미국 마이크론의 대만과 일본 공장의 생산성 향상을 컨설팅했다. 여기서 최 사장은 추가 설비투자 없이 20%의 생산성 향상을 이뤄내 세계 반도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A사가 추진하는 공장을 맡긴 것은 이 같은 실적 때문이다.

선전=노경목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