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부결시켰다. 지난해 6월 논의를 시작한 지 11개월 만에 마련한 노사 잠정합의안을 걷어찬 것이다. ‘르노삼성 사태’가 다시 파국으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국 치닫는 르노삼성…임단협 합의안 부결
르노삼성 노조는 21일 전체 조합원 2219명을 대상으로 지난 16일 노사가 내놓은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받아들일지 묻는 찬반투표를 했다. 투표자 2141명(투표율 96.5%) 중 1109명(51.8%)이 반대표를 던졌다. 찬성표는 1023명(47.8%)에 그쳤다. 부산공장에서는 찬성이 52.2%로 우세했지만 영업부문 쪽에서는 반대가 65.6%로 압도적이었다.

예상을 뒤엎고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직접적 원인은 ‘받는 돈’이 조합원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노사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동결 △기본급 동결에 따른 보상금 100만원 지급 △성과급 976만원+기본급(자기계발비 포함)의 50% 지급 △전환배치 절차 개선 △근무 강도 완화를 위한 직업훈련생 60명 충원 등이다. 일시금만 1176만원 정도다.

일각에선 노조 집행부에 대한 ‘불신’이 부결로 이어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집행부가 명분 없이 장기 파업을 주도해놓고 정작 제대로 얻어내지 못한 채 물러섰다는 불만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7개월 동안 62차례(250시간)나 파업했다. 업계에선 이번 부결 결과가 집행부 불신임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르노삼성은 다시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노사가 조만간 재교섭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시 합의안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르노삼성은 당장 수출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노사 갈등을 우려해온 프랑스 르노 본사와 수출 물량을 둘러싼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르노 본사는 올 들어 노조 파업이 계속되자 로그(르노삼성이 수탁 생산하는 닛산 SUV) 후속 물량 배정을 연기했다. 로그 수탁 계약은 오는 9월 끝나는데, 아직도 그 이후에 어떤 차종을 생산할지 정해지지 않았다. 로그는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로그 후속 물량이 배정되지 않으면 생산량은 반토막 난다.

르노와 동맹 관계인 닛산은 이와 별개로 올해 맡기기로 한 로그 물량을 40%(10만 대→6만 대) 줄였다. 르노는 내년부터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신차 XM3의 유럽 수출분을 다른 공장에 맡기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회사는 이미 ‘일감절벽’에 내몰려 만신창이가 됐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사흘간 공장 문을 닫았을 정도다. 이달 말에도 최대 나흘간 부산공장 가동을 중단(셧다운)한다.

장창민/부산=김태현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