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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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200원선에 바짝 다가선 가운데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될 경우 1250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무역갈등 장기화로 인해 국내 수출 경기 및 정보기술(IT) 업황 개선이 지연되면서 한동안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 현상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20일 오전 11시15분 현재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2.8원 하락한 1192.9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7일 원·달러 환율은 1195.6원에 거래를 마쳤다. 2017년 1월 11일 이후 2년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 요인으로는 달러화의 강세와 함께 국내 수출 및 IT 업황 둔화가 꼽힌다. 미중 무역갈등 영향이 세계 교역에 본격 반영된 올 1분기 주요국 수출증가율을 보면 한국의 감소폭이 가장 두드러진다. 특히 반도체 수출 부진이 전체 수출은 물론 무역수지 흐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갈등의 최대 피해국은 미국도 중국도 아닌 한국으로 여겨진다"며 "국내 수출경기와 IT업황 부진이 경기 펀더멘탈(기초체력) 약화와 달러 수급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원화 약세폭을 확대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원·달러 환율의 방향은 미중 무역협상의 결과에 달려있다. 미중 무역갈등이 내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까지 타결 혹은 봉합되지 못한다면 하반기 국내 수출 증가율의 플러스(+) 전환을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하반기 개선을 기대했던 반도체 업황 회복 시점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부의 화웨이 거래차단 조치 여파도 국내 IT 경기에 부정적이다. 이는 곧 하반기 국내 성장률 둔화와 무역수지 흑자폭의 감소로 이어져 원화의 추가 약세를 만들 수 있다.

박상현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 불안감이 지속된다면 원·달러 환율은 1180~1250원에서 등락할 것"이라며 "미중 무역협상이 최종 결렬된다면 원·달러 환율이 1250원선을 웃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지금과 같은 원·달러 환율 상승 추세가 중장기적으로는 안정화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 외환 당국의 시장 개입 가능성이 그 근거다. 당국은 1998년 IMF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로존 재정위기 등을 겪으며 원·달러 환율 급등을 방치하면 그 자체가 금융 불안의 새로운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홍남기 부총기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대외경제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금융시장에 지나친 쏠림현상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우 적절한 안정조치를 통해 시장 안정을 유지해나가겠다"고 발표하며 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G20 정상회담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무역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는 기대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는다. 올 1~4월 중국 수입시장에서 주요 국가별 점유율을 보면 1년 전과 비교해 미국의 감소폭이 가장 크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 GDP 성장률이 0.4%포인트 하락할 것이란 추정도 있다. 미중 양국 모두 무역분쟁의 장기화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2,605 -1.70%) 투자전략팀장은 "미국과 중국 간 냉각기가 불가피하지만 내달 재차 협상 회담에 나설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때 원화 가치의 하락세 역시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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