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투자비용 최소 5000억원, 매년 운영비 500억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는 한전공대(일명 켑코텍·Kepco Tech) 설립안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채가 121조원(연결재무제표 기준)을 넘는 한국전력으로선 자칫 ‘돈 먹는 하마’가 될 수 있는 데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신설이 비효율적이란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전공대 설립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한전공대 설립 비용만 최소 5000억…한국전력에 두고두고 재정 부담 '논란'
19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한전은 다음달 ‘한전공대 설립을 위한 마스터플랜 및 캠퍼스 기본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전공대 입지선정 공동위원회는 지난 1월 전남 나주 부영골프장 일대(빛가람동)를 신설 대학 부지로 확정했다.

‘호남의 포스텍’을 표방하는 한전공대는 2022년 3월 학생 1000명 수준으로 개교할 계획이다. 학부생 400명,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 600명 규모다. 교수와 교직원은 각각 100명 정도 뽑기로 했다. 골프장 소유주인 부영주택이 대학 부지(40만㎡)를 기증하고, 나주시도 연구소 등 클러스터 부지(80만㎡)를 제공할 방침이다. 한전 관계자는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AT커니에서 연구 용역을 맡고 있는데, 세부 협의를 거쳐 다음달까지 구체적인 운영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용 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란 걱정이 나온다. 토지를 무상으로 받더라도 건물 신축과 교직원 채용·인건비 등이 만만치 않아서다. 초기 설립비용만 5000억~7000억원, 연간 운영비가 최소 500억원 소요될 전망이다.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학비와 기숙사비를 아예 받지 않는 데다 석학급 교수진의 연봉 역시 일반 대학보다 훨씬 높은 4억원 이상으로 책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학생, 교수 등 상주 인원을 중·장기적으로 산·학·연 클러스터를 포함해 5000명 정도로 늘리기로 했다. 재원이 더 필요하지만 현재로선 한전의 추가 출연 외에 대안이 별로 없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 투자 외에도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분담 방안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특화 대학’을 표방하면서 원자력을 제외한 점도 논란거리다. 한전공대는 신재생 에너지를 포함한 융·복합 연구개발(R&D)에 집중하지만 원자력 관련 연구는 수행하지 않을 방침이다. 탈(脫)원전을 추진하는 정부 정책에 발맞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전 관계자는 “한국수력원자력이 별도로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를 운영하고 있어 한전공대까지 원자력을 다룰 필요는 없다”고 했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대학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공대를 신설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공계 특성화 대학만 해도 나주시 인근 GIST(광주)는 물론 KAIST(대전), 포스텍(포항), DGIST(대구), UNIST(울산) 등 다섯 곳이나 된다. 전남의 한 대학 관계자는 “한전 재정이 무척 어려운데도 대통령 공약이라고 대학 신설을 밀어붙이는 것 같다”며 “한전공대가 설립되면 우수 학생을 뺏길 수밖에 없는 지역 대학의 위기감이 고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