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에어컨 점검·수리 대란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년보다 더운 날씨 탓에 에어컨 점검·수리 애프터서비스(AS) 요청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으로 AS 기사들은 추가 근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중소 협력사 소속이던 AS 기사들이 올해 대거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 대상인 삼성전자서비스·LG전자 소속으로 바뀐 영향이 크다. 가전 서비스업체들은 여름날 걱정에 벌써부터 초긴장 상태다.

'주 52시간' 몸살…이번엔 에어컨 수리 대란 벌어지나
수리 대기 2주 넘게 걸릴 수도

19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여름(6~8월) 평균 기온은 평년(23.3~23.9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2019년 여름철 기후전망’을 통해 “여름 전반기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고온 건조한 날이 많고 후반기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무더운 날씨를 보일 것”이라며 “올여름은 평년보다 더울 것”이라고 예보했다. ‘2000년 이후 가장 힘든 여름’이란 얘기가 나온 작년보다 더 더울 것이란 예측도 있다. 작년 여름엔 강원 홍천의 낮 최고 기온이 41도까지 치솟았다.

가전업계에선 무더위가 시작되는 다음달 중순부터 ‘에어컨 대란’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폭염에 에어컨 점검·수리 요청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AS 기사들이 신속히 대응하는 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 52시간 근로제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작년까지 삼성과 LG 협력업체 직원이던 AS 기사들은 올해 정규직으로 각각 전환됐다.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업체 직원이었던 AS 기사 7800여 명을 올해 1월 직접 고용했다. LG전자도 지난 1일 AS 기사 3900여 명의 정규직 전환을 끝마쳤다.

직원 300인 이상 대기업으로 소속이 변경되면서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 대상이 됐다. 예전에는 AS업체들이 수리 기사에게 야근이나 주말 연장 근무를 독려해 혹서기 수요에 대응했지만 이제는 불가능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로제 영향이 없던 작년에도 여름철 대기 기간이 1주일 이상이었다”며 “주거밀집지역이나 상업지구에서 에어컨 수리 요청이 폭주할 경우 2주 안에 대응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 52시간' 몸살…이번엔 에어컨 수리 대란 벌어지나
평일 서비스 시간 늘려 대응

업체들은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이달 말까지로 예정했던 에어컨 사전점검 서비스 기간을 다음달 14일로 연장했다. LG전자는 일찌감치 다음달 21일까지로 정했다. 사전점검을 통해 혹서기 AS가 몰리는 걸 막기 위한 대책이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센터 운영시간도 조정했다. 기존에는 평일과 토요일 모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했다. 수리 요청이 많은 평일 운영시간을 한 시간 늘리는 대신 토요일을 오후 1시까지로 줄였다. 전국 16개 주요 서비스센터를 대상으로 운영시간을 우선 조정했다. 다음달부터는 모든 서비스센터에서 시행한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에어컨 수리가 가능한 AS 기사를 늘리기 위해 기사 교육도 확대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기사 중 절반은 모바일·노트북에 특화돼 있고 절반 정도만 가전 수리에 강점이 있다”며 “세탁기·냉장고 등 가전 기사를 대상으로 에어컨 수리를 할 수 있도록 에어컨 수리 교육을 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란 평가가 나온다. 업체들이 사전점검을 적극 독려했지만 점검 대상 소비자 중 30%를 조금 넘는 정도만 사전점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이후 처음 겪는 여름이라서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며 “나름대로 최대한 대비하고 있지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배송·설치에도 최장 한 달 걸려

올해도 일찌감치 더위가 시작되면서 배송·설치 대기 기간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 현재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에어컨 설치까지 길게는 한 달 정도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중구에 있는 삼성디지털프라자 직원은 “지금 에어컨을 주문하면 이르면 이달 중, 늦으면 다음달 중순쯤에나 설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름철 급증하는 에어컨 주문량을 감당하기엔 배송·설치 기사가 크게 부족해서다. 현재 삼성, LG는 보통 2명이 한 팀을 이루는 개인사업자 400~500개와 계약을 맺어 에어컨을 배송, 설치해주고 있다. 하지만 여름 성수기엔 1000개 이상의 개인사업자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자업체 관계자는 “기사들은 개인사업자여서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며 “다만 ‘절대적인 수’가 부족해 성수기에는 일손 부족을 겪곤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낭패 보는 일을 피하기 위해선 사전예약과 사전점검 등을 통해 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