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EPA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EPA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차와 부품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결정을 6개월 뒤로 미루기로 했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전선을 무리하게 벌리지 않겠다는 뜻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발표한 포고문을 통해 유럽연합(EU)과 일본 등으로부터 수입되는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을 최장 6개월 연기하기로 했다. 당초 상무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사 보고서를 제출한 것에 대한 검토 시한(18일)을 하루 앞둔 상태에서 내려진 결정이다.

이는 고율 관세 여부가 11월까지 일단 유예된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무역확장법 232조'를 토대로 수입 자동차와 부품이 국가안보를 해친다며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연기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엔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서로 물고 물리는 '관세 폭탄'으로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전선을 무리하게 분산시키지 않겠다는 뜻도 깔린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단 외교·안보 분야에서 이란과 베네수엘라, 북한 등 '3대 난제'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있다. 경제·통상 분야에선 중국과 벼랑 끝 무역 대치를 벌이고 있다. 여기에다 여러 나라를 상대로 한 '자동차 관세 폭탄' 까지 투하한다면 동맹국들과도 마찰을 빚을 수 있다. 재선 가도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관세 분야의 확전을 막기 위한 '선택과 집중' 또는 수위조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핵심 동맹들과의 관세 전쟁에서 또 다른 전선의 시작을 피하려는 차원"이라며 "이번 연기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점점 심화하고 있는 무역 전쟁에 직면한 가운데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일본 및 EU와 무역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자동차 관세 카드를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 관세 카드를 손에 쥐고 상대를 압박하면서 협상력을 높이곘다는 포석인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선 대미 주요 자동차 수출국인 EU 및 일본과의 무역 합의를 협상할 더 많은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단 시간표를 6개월 뒤로 미루긴 했지만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은 유지하고 있어 자동차 관세가 '화약고'로 남아 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포고문에서도 수입산 차량 및 부품이 '국가안보 위협'이라는 상무부의 결론에 동의한다는 점을 적시했다.

이번 연기 결정으로 일단 해당 국가들은 당장은 안도의 함숨을 돌리게 됐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처지가 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재협상이 이뤄진 한미 협정과 최근에 서명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도 고려했다"면서 "이들 협정이 시행되면 '국가안보 위협'에 대응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향후 관세부과에서 한국의 제외 가능성에 대해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 한국과 다른 협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동차 관세 문제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