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서부발전 등 전력·발전 공기업의 부채가 치솟고 있다. 국제회계기준이 변경된 데다 설비 보강 비용이 대폭 늘어난 게 원인이다. 작년 수익성이 악화해 연초부터 채권 발행을 늘린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전력을 생산·유통하는 공기업의 부실이 심해져 앞으로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17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전과 한수원, 서부·중부·남부·남동·동서발전 등 7개 전력 관련 공기업의 부채는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총 119조1837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112조5906억원) 대비 6조5931억원 급증했다. 한전 부채비율은 작년 말 160.6%에서 3개월 만에 172.6%로 뛰었다. 중부발전 부채비율은 192.1%에서 210.3%로 상승했다.

한전 관계자는 “그동안 비용으로 처리했던 리스계약을 새 회계원칙에 따라 부채로 계상했고 각종 설비를 신설·보강한 게 주요 원인”이라며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회계업계에선 공기업 부채비율이 높아지면서 채권 발행 때 조달금리가 상승하는 등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 공기업 빚, 석달새 6.6兆 더 늘었다
"안전설비 보강하라""신재생에너지 투자 서둘러라"
정부 무리한 정책에…전력 공기업 '부채 비상'


한국전력공사 한국중부발전 등 7개 전력·발전 공기업 부채가 올 1분기에만 7조원 가까이 늘어난 건 회계기준 변경과 정부의 안전 규제 강화에 따른 설비투자 등으로 차입금이 급증해서다. 한전을 제외한 6개사는 모두 흑자를 냈는데도 부채비율이 되레 높아졌다. 이들 공기업은 정부 방침에 따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어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위험 수위’ 공기업 부채비율

중부발전의 지난 3월 말 기준 부채는 총 8조3443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7조4050억원) 대비 9393억원 늘었다. 3개월 만에 12.7% 증가한 것이다. 이 회사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192.0%에서 210.3%로 높아졌다. 안정선으로 평가받는 150%를 한참 웃도는 수치다. 남동발전 부채도 1분기에만 9086억원 증가했다. 한전과 서부발전의 부채비율은 172.6%, 169.9%였다.

가장 큰 원인은 그동안 비용으로 처리해온 장기운송·임차 등 리스계약을 부채로 계상해야 하는 국제회계기준이 올 들어 적용된 데 있다. 각종 전력설비를 신설·보강하기 위한 차입금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작년 말 서부발전 태안사업소에서 비정규직 근로자(김용균 씨) 사망 사고가 발생한 뒤 발전사들은 안전설비를 대폭 보강하고 인력을 충원했다. 일부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리려고 채권을 추가 발행하기도 했다.

한전 관계자는 “올해 급증한 부채 중 상당 부분은 국제회계기준 개정에 따른 것”이라며 “프랑스 이탈리아 등 다른 국가 전력회사와 비교할 때 우리 부채비율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중부발전 측은 “지난 몇 년간 화력발전소를 한꺼번에 짓다 보니 부채비율이 높아졌고 올해 안전설비 비용까지 늘어났다”며 “내부적으로 부채비율을 170~180%대로 낮추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수익성 악화로 재무구조 ‘비상’

전력·발전 공기업의 빚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 방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데다, 원자력발전소 안전점검과 화력발전 상한제약 등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에 따른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수익성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한전은 1분기에 연결재무제표 기준 62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역대 최악이다. 같은 기간 서부발전 영업이익은 511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73.2% 감소했다. 태안 9·10호기 등 일부 발전소 가동이 멈춘 게 결정타였다.

한수원은 올 1분기 655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이 추세가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렵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예방점검’ 명목으로 원전을 언제 세울지 알 수 없어서다. 한전과 한수원이 목표로 하고 있는 올해 원전 이용률은 77.4%다. 정부의 탈원전 선언(2017년 6월) 이전만 해도 원전 이용률은 평균 80~90%에 달했다.

지금 추세가 이어지면 전력 관련 공기업의 채권 조달금리가 상승하고 안전시설 투자 여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공기업은 기본적으로 국가와 같은 신용등급이지만 부채비율이 200% 가까이 치솟으면 발행금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력·발전 공기업들은 신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조만간 채권 발행에 나설 계획이다. 중부발전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다음달까지 5000억원 규모 신규 채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전력·발전 7개사 외에 석유·가스 등 다른 에너지 공기업의 부채비율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한국석유공사 2287.1%, 한국가스공사 339.7%, 한국지역난방공사 262.1% 등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