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납기 경쟁력 떨어져…外投기업 본사, 더 이상 한국 투자 원치 않는다"
“각종 규제 탓에 해외 본사에서 더 이상 한국에 투자하기를 꺼리고 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외국인 투자기업들이 국회까지 찾아간 것입니다.”

이승현 한국외국기업협회 회장(인팩코리아 대표·사진)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외국인 투자기업 CEO 간담회’의 배경을 이렇게 소개했다. 올 3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외국인 투자기업인과의 대화’가 열렸지만, 이후에도 달라진 게 없어 애로사항을 호소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조업을 하는 외투기업이 한국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원가와 납기 경쟁력을 모두 잃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마저도 법인세율을 낮추고 있는데 한국만 거꾸로 법인세율을 올리고, 외투기업에 대한 법인세·소득세 감면을 폐지한 점을 거론했다.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도 투자의 걸림돌이라고 했다. 산안법(산업안전보건법),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 등을 대표적인 규제법안으로 꼽았다. 이 회장은 “철저한 안전 관리는 필수적이지만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절차도 복잡하다”며 “화평법에 맞춰 화학 물질을 등록하려면 비용과 시간이 지나치게 많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그는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도 원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일률적인 주 52시간 근로제(근로시간 단축제) 적용은 한국이 자랑하던 납기 경쟁력을 떨어뜨렸다고 했다. 이 회장은 “해외에서도 적정 근로시간을 준수하도록 하지만 근로자가 원해 자발적으로 초과 근무를 하면 적합한 보상을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한번 노사 분규가 일어나면 ‘브레이크’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사례에서 보듯이 노사 갈등이 일어났을 때 중앙노동위원회가 실질적인 중재 역할을 하지 못해 결국 파업으로 이어진다”며 “갈등을 해결할 중재 기관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기업인을 ‘잠재적 범법자’로 보는 각종 처벌 규정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일하다가 주 52시간을 넘기더라도 대표이사가 형사처벌(근로기준법 위반)을 받을 수 있다고 하면 해외 본사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고 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