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국정농단 등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는 동생 신동빈 롯데 회장 등 가족들을 선처해 달라며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경영권 싸움에서 밀려난 뒤 연이어 화해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신동빈 회장 측은 여전히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

17일 신동주 전 부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SDJ코퍼레이션과 법조계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지난 13일 대법원에 A4용지 3장 분량의 탄원서를 보냈다. 아버지 신격호 명예회장과 동생 신동빈 회장, 누나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국정농단 사건과 경영 비리 등으로 대법원 심리를 받고 있는 롯데그룹 총수 일가에 관대한 처벌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신 전 부회장은 탄원서에서 “아버지 신격호는 롯데그룹을 재계 5위로 키웠고 경제적 측면에서 한국 사회 발전에 기여해왔다”며 “올해 99세인 고령의 몸으로는 상세한 기억을 떠올려 본인의 무죄를 증명할 수 있는 건강 상태가 아니다”고 적었다. 동생 신 회장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이 그룹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본인이 진솔하게 반성하고 있어 무죄 또는 집행유예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동생이 지난해 1월 법정 구속되면서 이대로라면 아버지가 일생을 바쳐 일군 롯데그룹이 무너질 수 있겠다는 위기감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동빈 회장은 1심에서 70억원의 뇌물을 최순실 씨 등에게 건넸다는 이유 등으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받았지만, 지난해 10월 2심에서는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재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에도 신동빈 회장에게 네 차례에 걸쳐 화해하자는 친필 편지를 보냈지만 냉담한 반응만 돌아왔다”며 “롯데 측에서는 일을 이 지경까지 만들고 이제 와서 무엇을 바라고 화해를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