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식 경기진단 보고서인 ‘그린북’을 통해 “주요 실물지표 흐름이 부진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지난달에 이어 두 달째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년4개월 만에 처음으로 ‘부진’이라는 단어를 썼다.

기획재정부는 17일 펴낸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5월호’에서 “광공업 생산, 설비투자, 수출 등 주요 실물지표 흐름이 부진한 모습”이라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미·중 무역갈등 등 글로벌 통상 이슈가 세계경제 둔화 및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3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생산·투자·소비지표가 일시 반등한 것에도 “2월 큰 폭의 마이너스를 낸 데 대한 반등 성격이 크다”며 조심스러운 평가를 내놨다. 홍민석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산업생산 기준으로 1월 증가, 2월 감소, 3월 증가라는 흐름인데 2월 감소폭이 워낙 커 1분기 전체로 보면 내려가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소비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재부는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이 각각 3.0%, 4.8% 줄어든 것은 소매판매에 부정적 요인”이라며 “다만 소비자심리지수 상승과 중국인 관광객 증가는 긍정적”이라고 했다. 수출은 여전히 하락세다. 수출액은 4월 전년 동월과 비교해 2.0% 감소하면서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기재부는 3월까지만 해도 경기가 1분기에 저점을 찍고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던 것 같다”며 “그러나 각종 지표가 크게 개선되지 않은 데다 미·중 무역 갈등마저 심화되면서 섣불리 경기를 낙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