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 [사진=동아제약 제공]
박카스 [사진=동아제약 제공]
한국인들은 자양강장제 하면 가장 먼저 동아제약의 '박카스'를 떠올린다. 출시 초기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활력을 마시자"라는 광고 문구가 히트를 치면서 마케팅에 불이 붙었다. 한 번 맛을 본 소비자들의 재구매가 이어지면서 동아제약의 효자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업계에서는 박카스가 자양강장제의 시대를 연 제품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최근 박카스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박카스의 지난해 매출은 2963억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중 국내 매출이 2248억원이었고 해외에서는 7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올해 매출이 3000억원을 돌파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박카스는 2017년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 200억병을 돌파했다. 지난해에 역대 최고 매출을 올렸으니 판매량은 훨씬 늘어났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200억병을 일자로 잇는다면 지구를 60바퀴 이상 돌 수 있는 길이다.

특히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에서의 매출 증가가 눈에 띈다. 캄보디아에서는 '바까'라는 이름으로 현지 자양강장제 시장 1위에 올랐다. 동아제약은 캄보디아에서의 성공에 대해 산업화가 시작되던 1960년대 한국과 유사한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샐러리맨의 피로회복에 초점을 맞춘 박카스의 콘셉트가 주효한 것으로 분석했다.

베트남에서는 박항서 축구 국가대표팀의 인기에 힘입어 매출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동아제약은 베트남 캔 박카스 론칭을 앞두고 지난해 5월 박항서 감독과 광고모델 계약을 체결하고 6월 본격적으로 론칭했다. 이후 출시 3개월 만에 280만 캔을 판매하면서 박항서 효과를 톡톡히 봤다. 뿐만 아니라 방탄소년단과 K-뷰티 등에 힘입어 태국,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인접 동남아 국가에서도 박카스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다.
베트남에서 판매되고 있는 박카스
베트남에서 판매되고 있는 박카스
한국을 넘어 세계시장으로 무대를 넓히고 있는 박카스. 하지만 이름의 유래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동아제약에서 발간한 '동아제약 70년사'에 따르면 박카스라는 이름은 창업주인 강중희 전 동아제약 회장의 장남 강신호 동아쏘시오홀딩스 명예회장이 만들었다. 1950년대 독일에서 유학한 그는 우연히 방문한 함부르크 시청 지하 홀에서 '바커스' 동상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후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강 명예회장은 부친이 세운 동아제약의 경영을 돕기 위해 교수의 꿈을 접고 1959년 귀국길에 올랐다.

동아제약에서 상무로 재직하면서 그는 첫 작품으로 자양강장제를 만들었고 이름을 뭘로 지을지 고심했다. 그때 함부르크 시청 지하에서 본 바커스가 떠올랐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커스는 자연의 생성력과 풍요, 포도주를 다스리는 신으로 지친 직장인들에게 에너지를 주겠다는 자양강장제의 콘셉트와도 잘 맞았다.

다만 '바커스'의 표기가 당시로서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생소하다고 판단, 한국인의 어감과 직관적인 표기법을 고려해 '박카스'라고 이름을 정하게 됐다.

강 명예회장은 평소 작명 센스가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카스뿐만 아니라 동아제약에 나오는 많은 제품들의 이름 작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유명한 것으로는 '오란씨'와 '나랑드사이다'가 있다.

박카스D와 박카스F의 차이점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소비자도 많다. 박카스가 처음 출시된 1961년에는 '박카스 정'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출시 초기에는 당의정 형태였지만 당의정이 녹아내리면서 반품 사태가 벌어졌고 이를 음료로 만들어 판매하면서 이름을 '박카스 D'(drink)라고 지었다.

이후 1991년에 박카스 F를 출시하면서 강한 효과를 보게 만들겠다며 '포르테(Forte)'의 'F'를 붙였다. 2005년에는 이름을 다시 박카스 D로 변경했는데 D를 다시 쓴 이유는 타우린 함량이 기존보다 2배 더 들어간다는 의미에서 'Double'의 'D'를 약자로 붙였다. 이 때문에 박카스D는 약국에서, 박카스 F는 편의점에서 판매한다. 소비자가 잘 모르는 박카스 A도 있다. 박카스 A는 군대의 마트인 PX에서만 판매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는 구매할 수 없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제품 이름처럼 동아제약에 큰 풍요를 가져다준 박카스. 최근 찾아온 동남아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동아제약에 제3의 풍요를 이끌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