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현대글로비스 내부거래 현장조사
김상조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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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물류회사인 현대글로비스의 부당 내부거래 여부를 살피기 위해 현장조사에 들어갔다. 공정위가 대기업 물류업체에 ‘칼’을 빼든 건 지난 3월 LG그룹의 물류를 책임지는 판토스에 이어 두 번째다. 공정위가 총수 일가 지분이 많고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급식·시스템통합(SI)·물류 업체를 콕 집어 ‘타킷 조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기업 군기 잡기’가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확대되는 대기업 조사

[단독] 공정위 '대기업 군기잡기' 더 거세지나

16일 관계부처와 물류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최근 조사관 10여 명을 서울 테헤란로 현대글로비스 본사에 파견해 현장조사를 벌였다. 3월 판토스를 조사한 것과 같은 이유다.

공정위가 들여다보는 건 현대·기아자동차가 자동차 운반물량 등을 현대글로비스에 부당하게 몰아줬는지다. 정의선 수석총괄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지분 29.9%를 보유한 현대글로비스가 더 많은 수익을 내도록 계열사들이 운송비를 후하게 쳐줬는지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현대글로비스가 비싸게 따낸 계열사 물량으로 ‘체력’을 키운 뒤 일반 운송물량을 수주할 때 낮은 가격을 써내는 식으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렸는지도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65% 안팎이지만 국내 시장만 놓고 보면 20%에 불과하다”며 “그런데도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라는 건 현대·기아차의 해외 운송물량을 외국 물류업체에 내주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대기업 압박 수위 높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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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공정위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업종에 주목하고 있다. 다른 계열사에 비해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고 내부거래 비중도 큰 물류·급식·SI 분야를 타깃으로 삼아서다. 재계 관계자는 “물류·급식·SI 업체는 총수 지분이 많지만 기업 규모가 작아 공정위로선 조사에 따른 업무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대기업 압박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작년 6월 김상조 위원장(사진)이 “총수 일가가 핵심 사업과 관련 없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일감을 몰아주는 행태가 반복돼선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뒤 순차적으로 이들 업종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첫 타깃은 삼성 계열사의 급식을 책임지는 삼성웰스토리였다. 7월 부당 지원 혐의를 조사했다. 웰스토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30% 이상 지분을 가진 삼성물산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공정위는 삼성 계열사들이 총수 일가가 삼성물산으로부터 받는 배당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웰스토리를 지원했는지 들여다봤다. 공정위는 삼성의 부당 내부거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최근 LG그룹과 SK그룹의 급식사업을 책임지는 아워홈과 SK하이스텍에 대해 참고인 조사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SI 분야와 관련해선 최근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대기업 계열 SI 업체 50여 곳에 △내부거래 비중 △내부거래에서 수의계약이 차지하는 비중 등이 포함된 질의서를 발송했다. ‘대기업집단 계열사와 소속 SI 업체 간 내부시장 고착화 원인 분석 및 개선방안 마련’이란 주제의 연구용역도 발주했다. 업계에선 공정위가 SI 업체 분석을 끝내는 하반기 또는 내년에 본격적인 ‘실력 행사’에 나서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이 느슨해졌다’는 일부 시민단체의 비판도 공정위의 대기업 압박 움직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안 그래도 국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눈앞이 캄캄한 상황인데 ‘공정위 리스크’까지 더해졌다”고 말했다.

오상헌/이태훈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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