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내부서도 "더 이상 투쟁 무의미하다"…르노삼성, 11개월 만에 임단협 잠정합의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16일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안’에 잠정 합의했다. 지난해 6월 논의를 시작한 지 약 11개월 만이다. 이번 합의로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수출 물량 확보와 내수 판매 회복이란 과제는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이 다시 자리를 잡으려면 생산량을 예년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수출과 내수 모두 마냥 낙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거세지는 내부 반발에 두 손 든 노조

르노삼성 노사는 이날 오전 6시20분께 임단협 잠정 합의를 이뤘다. 노사는 밤샘 협상 끝에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노사는 △기본급 동결 △기본급 동결에 따른 보상금 100만원 지급 △성과급 976만원+기본급(자기계발비 포함)의 50% 지급 △전환배치 절차 개선 △근무강도 완화를 위한 직업훈련생 60명 충원 등에 합의했다.

노조는 당초 기본급을 10만667원 올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수출 물량 배정을 앞둔 시점에 기본급을 올릴 수 없다는 사측의 주장을 결국 수용했다. 노사는 대신 기본급 유지 보상금 100만원을 지급하고, 중식대 보조금을 월 11만5000원에서 15만원으로 3만5000원 올리기로 합의했다. 또 생산격려금(PI)과 이익배분제(PS), 성과격려금 등의 명목으로 총 976만원과 기본급의 50%를 주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번 합의로 르노삼성 근로자들은 1076만원 이상의 일시금을 받는다.

전환배치 절차는 추후에 논의하기로 했다. 노조는 ‘조합원을 전환배치할 때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는 조항을 단체협약에 넣자고 주장했지만 사측은 이는 회사 고유의 인사권이라는 이유로 반대했다. 결국 노사는 “전환배치 절차를 개선한다”라고만 합의했다. 노조는 오는 21일 조합원을 상대로 잠정 합의안 찬반투표를 할 계획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14일까지만 해도 “회사 측이 전향적인 교섭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전면파업을 하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다 돌연 잠정 합의안을 수용한 것은 조합원 사이에서 “더 이상의 투쟁은 무의미하다”는 목소리가 커진 결과로 해석된다. 조합원들의 파업 참여율도 갈수록 떨어졌다.

한숨 돌렸지만 남은 과제 산적

업계에서는 르노삼성이 급한 불은 껐지만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당장 본사(프랑스 르노그룹)와 수출 물량을 둘러싼 협상 결과에 따라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생산량이 크게 줄 가능성이 있다. 르노삼성은 현재 닛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를 연 10만 대가량 수탁생산하고 있다. 로그는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로그 수탁생산 계약은 오는 9월 끝난다. 이후 어떤 수출용 차량을 생산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본사가 “노사 협상이 마무리돼야 후속 수출차량 배정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견해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부산공장의 임금 수준이 다른 르노그룹 공장에 비해 높은 데다 이미 르노그룹이 제시한 협상 데드라인(지난 3월 8일)을 어긴 상태라 수출 물량을 따오는 게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수 부진도 해결해야 한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앞으로는 수출 물량을 확보하고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며 “2012년 경영 위기를 극복했을 때의 역량을 살려 빠른 시일 내 회사를 정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