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조업이 늙어간다…신생기업 비중 20년 전에 비해 '반토막'
“제조업이 늙어가고 있다”는 각종 연구기관들의 경고는 쇠락하고 있는 한국 제조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신생 기업들이 시장에 뿌리조차 내리지 못하는 가운데 연구개발(R&D) 투자까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내놓은 ‘제조업 신생기업의 성장동력 역할 감소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종사자 수 10인 이상 제조업 기업 중 업력 5년 이하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51%에서 2014년 28%로 반토막이 났다. 이는 제조업 전체의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제조업 총생산성 증가율이 1995~2000년 3.8%에서 2010~2013년 1.5%로 줄면서 경제 성장 동력까지 약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R&D 투자도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들보다 크게 부족했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 결과 지난해 R&D 투자가 많았던 세계 500대 기업 중 한국 기업은 13곳에 불과했다. 미국(196곳)과 일본(85곳) 등은 물론 후발주자인 중국(33곳)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국 기업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도 평균 3.7%로 세계 500대 기업 평균(5.5%)보다 낮았다. 지난 5년간 500대 기업의 R&D 비용이 39.6% 늘어나는 동안 한국은 11.5% 증가에 그친 게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이러다 보니 한국 주력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한경연의 지난해 설문조사 결과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 한국의 8대 수출 주력 업종의 글로벌 경쟁력은 2021년에 경쟁국에 크게 밀릴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경쟁력이 경쟁국보다 높다고 평가된 무선통신기기 디스플레이 석유제품 선박 등 4개 업종 중 2년 뒤에도 경쟁력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업종은 조선업 1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3개 업종은 중국에 따라잡히거나 추월될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제조업이 양적 성장에만 치중하느라 질적 성장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연구원(KIET)의 ‘한국 산업의 발전 잠재력과 구조 전환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제조업의 부가가치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평균인 30%에도 못 미치는 25.5%에 불과했다.

정은미 KIET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제조업이 제품 구조를 고도화하거나 수요 변화 트렌드에 대응하는 제품군을 다양하게 확보하는 데 미흡했다”며 “그 결과 선진국과의 기술 및 품질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해 세계 경기에 취약한 교역 구조를 갖게 됐다”고 꼬집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