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탈출! 신제조업이 희망이다

10년간 빠져나간 투자 249兆
국내 제조업 도시들은 '휘청'
< 문 닫힌 공장 > 전북 군산시 소룡동의 한 폐업 공장. 공장 입구는 자물쇠로 채워져 있고 야적장엔 잡초만 무성했다.  /박상용 기자

< 문 닫힌 공장 > 전북 군산시 소룡동의 한 폐업 공장. 공장 입구는 자물쇠로 채워져 있고 야적장엔 잡초만 무성했다. /박상용 기자

15일 경남 창원시 상남동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몰린 100여 명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한때 ‘한국 제조업의 메카’로 불리던 창원의 기계, 중공업 공장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간 여파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일감이 더 줄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전북 군산은 ‘유령도시’처럼 변했다. 사람은 떠나고 임대·매매 딱지가 붙은 건물만 넘쳤다. 현대중공업 조선소에 이어 한국GM 공장까지 문을 닫으면서 날벼락을 맞았다.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제조업이 맞닥뜨린 ‘현실’이다.

해외로 간 일자리 92만개…제조업 살려야 돌아온다

제조업이 무너지는 동안 일자리도 나라 밖으로 빠져나갔다. 10년간 해외로 나간 제조업 일자리만 92만1646개에 달했다. 한국경제신문이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2007~2017년 국내외 기업의 일자리 변화를 조사한 결과다. 외국 기업이 비슷한 기간(2007~2016년) 국내에 만든 일자리는 6만5072개에 그쳤다. 10년간 일자리 85만6574개가 사라졌다. 한국의 청년 실업자 수(47만3000명)의 2배에 가깝다.

‘돈’도 해외로 쏠렸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해외로 나간 투자 금액(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외국 기업의 국내 직접투자)만 2196억달러(약 249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은 해외에 3540개 법인을 신설했다. 국내로 ‘유턴’한 기업은 10곳에 그쳤다.

국내 제조업 경쟁력이 쪼그라들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의존해온 간판 기업들의 제품 경쟁력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다. 미국, 일본에 치이고 중국엔 쫓기는 신세가 됐다. 친(親)노동 정책과 높은 인건비, 과도한 법인·상속세, 온갖 규제가 제조업의 ‘탈한국’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4차 산업혁명시대엔 삼성·현대자동차 등 공동 R&D 나서야"

전문가들은 한국 ‘제조업 르네상스’를 위해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신(新)제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이오와 미래 자동차, 비메모리 반도체 등의 신산업 분야에서 주도권을 쥐느냐 여부에 한국 제조업의 ‘미래’가 걸려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와 업계도 2030년까지 이들 분야에서 ‘톱’으로 올라선다는 목표를 가다듬고 있다.

신제조업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간판 기업 간 ‘전략적 제휴’가 절실하다는 조언도 쏟아진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래 자동차와 비메모리 반도체, 바이오 등 미래 산업을 둘러싼 영역별 칸막이는 사실상 무의미하다”며 “연구개발(R&D)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한국에선 이(異)업종 기업 간 공동 R&D만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지탱하기 위한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더 명확한 중장기 정책을 세우고, 국내 투자를 가로막는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깨뜨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동계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법인세 인하 등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동시에 그물망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는 게 경제계의 요구다. 그래야 떠나려는 국내 기업을 붙잡고, 공장을 되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해외 기업의 국내 설비 투자도 적극 끌어올 수 있다.

창원·부산=김보형/군산=박상용/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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