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학회 '2019 윤리경영상' 받은 김영진 한독 회장

제약업계 나쁜 이미지 쇄신 다짐
20년전 법인카드로 영업비 결제
2000년엔 감사委 자진해 설치
"선친의 당부·독일 경험이 윤리경영의 뿌리 됐죠"

“제약회사는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좌우하는 의약품을 개발하는 곳입니다. 윤리경영에 더욱 신경 써야 하는 이유죠.”

소화제 훼스탈로 유명한 한독은 지난달 한국경영학회가 선정한 ‘2019 경영학자 선정 대한민국 최우수경영대상 윤리경영부문’ 수상 기업으로 뽑혔다. 이 회사의 김영진 회장(63·사진)은 윤리경영에 중점을 두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고질적인 리베이트 문제 등으로 제약·바이오업계의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신제품 기획부터 연구개발, 판매 등 전 과정에서 윤리경영을 펼쳐야 선진국형 제약산업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독은 1954년 설립 이후 꾸준히 윤리경영을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대표적으로 1998년 모든 영업비용을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영업비 지출을 투명하게 드러내 보여 윤리경영이 뿌리내리게 하겠다는 김 회장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2000년에는 자산 2조원 이상 회사가 의무 설치해야 하는 감사위원회를 자발적으로 설치했다. 2007년에는 윤리헌장 제정과 더불어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김 회장은 1984년부터 2년간 독일 제약사 훽스트에서 파견근무를 하며 윤리경영 문화를 일찍 체험했다. “독일에서 가장 놀란 부분은 기업의 투명성이었습니다. 훽스트 기획조정실에서 근무했는데 이방인인 저에게 기업의 속사정을 다 공개했습니다. 출장 중에도 밥을 얻어먹으면 그 비용을 출장비에서 빼고, 전화비도 개인적으로 쓴 통화는 제외했습니다. 전 직원이 투명경영 문화를 실천하는 모습이 기억에 강하게 남았죠.”

부친인 고(故) 김신권 한독약품 명예회장의 당부도 영향을 미쳤다. 김 명예회장이 이끌던 한독약품(현 한독)은 1964년 국내 제약사로는 최초로 외국 업체와 합작했다. 김 회장은 “아버지가 일찍부터 외국 업체와 합작하면서 선진 시스템과 윤리경영에 눈을 떴다”며 “항상 신뢰를 강조하신 아버지는 돌아가실 때도 ‘사회에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말씀을 남겼다”고 했다.

직원들의 우려가 없지는 않았다. 윤리경영이 영업실적 악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였다. “영업사원들은 ‘현장에서 영업하기 너무 힘들다’ ‘이러다 회사 망하는 거 아니냐’고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긴 호흡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설득했죠. 이런 노력 덕분인지 요즘 경력사원을 뽑으면 한독의 윤리경영 문화를 믿고 원서를 냈다는 지원자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업(業)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는 직장으로 만드는 게 김 회장의 다음 목표다. “미국, 유럽 등은 제약회사 직원들의 자부심이 큽니다. 인류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일한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너도 리베이트 하냐’는 조롱을 듣기 일쑤죠. 윤리경영이 제약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때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커질 수 있습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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