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금업체 60여 곳이 몰려 있는 경기 안산 반월도금단지. 숟가락 등 식기류를 도금하는 A사에는 직원 5명이 오전에만 출근한다. 일감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장 가동률이 5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회사 K사장은 “일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가를 낮춰 받다 보니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일 때도 있다”며 “인건비를 감당하기 힘들어 평일 오후 및 주말엔 혼자 나와 일할 때도 많다”고 털어놨다.

불 꺼지는 中企…"잔업·특근은커녕 낮에도 일감 없어"
저녁식사 시간대 산업단지를 찾았지만 반월도금사업협동조합 1층에 자리잡은 식당은 썰렁했다. 도금단지 내 근로자들이 점심과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으로 차린 식당이다. 해가 지자 대부분 공장의 불이 꺼졌다. 그나마 몇 안 되는 근로자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공단 안에선 인적을 찾기 힘들었다.

30년째 자동차 부품 도금을 해왔다는 C사장은 “밤늦게까지 남아 잔업과 특근으로 주문 물량을 맞추던 때가 가물가물하다”고 말했다. 전재명 반월도금사업협동조합 전무는 “자동차 등 전방산업 업황이 나빠지면서 최근 2~3년 동안 단지 내 공장의 일감 수주가 급감했다”며 “대기업 공장을 따라 해외로 이전하거나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업체가 크게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수도권 산업단지도 사정은 비슷하다. 인천 경인주물공단을 한 바퀴 돌면 곳곳에 문 닫은 공장이 눈에 띈다. 지난해 폐쇄된 한 공장은 한동안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듯 유리창이 깨져 안이 들여다보였다. 원자재와 설비는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방치돼 있었다. 서병문 주물조합 이사장은 “영세한 공장이 살아남기 위해 무리하게 단가를 낮췄다가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돼 공장을 유지하기 힘들어지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산업단지 입주 업체들의 경영난은 인근 식당 등 상권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경인주물공단에서 구내식당이 없는 공장직원을 대상으로 20년째 급식소를 운영 중인 L모씨는 “한때 급식소를 찾는 사람이 넘쳐나 휴게실 공간까지 식당으로 썼다”며 “지금은 찾는 이가 줄면서 한창때의 절반 정도 공간만 식당으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안산·인천=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