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하나금융이 당국 빙자해 가격 깎아" 주장에 ICC "기망하지 않았다"
ISD에 영향 주목…금융위 "불리하진 않겠지만 근거법·이슈 다른 소송"
하나금융, ICC중재서 '완승'…판정부 "론스타가 법률비용 내라"
미국계 사모펀드(PEF)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하나금융지주를 상대로 제기한 14억430만달러(약 1조6천억원) 규모 손해배상청구에서 하나금융이 승소했다.

15일 하나금융은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가 "원고 청구내역을 전부 기각한다"며 "원고(론스타)는 피고(하나금융)가 부담한 중재판정 비용 및 법률 비용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정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앞서 론스타는 2016년 8월 국제중재재판소에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 협상 과정에서 금융당국을 빙자하면서 매각가격을 낮췄다"며 중재를 신청했다.

하나금융이 협상 과정에서 '매각가가 높으면 정부 승인을 받기 힘들다'고 언급한 점을 근거로 한 것이다.

그러나 ICC 판정부는 론스타의 주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정문에 따르면 판정부는 "론스타는 피고(하나금융)의 기망에 기초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가격 인하가 없으면 당국이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으므로 본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론스타는 피고가 '가격인하 없으면 승인 없다'는 식으로 강박하였다고 주장하나 전체적인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판단해 보면, 이를 협박(threat)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판정부는 이렇게 하나금융이 론스타를 '기망' '강박'했다는 주장에 이유가 없기에 론스타에 '착오'를 불러일으켰다는 주장도 이유가 없다고 결론냈다.

판정부는 이어 "피고는 계약에서 요구한 바에 따라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며, 론스타와 충분히 협력·협의하였으므로, 계약 위반 사항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 중재 결과는 론스타가 2012년 한국정부를 상대로 낸 5조3천억원 규모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결론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발표돼 더 주목된다.

론스타가 한국정부에는 ISD를, 하나금융에는 ICC 중재를 청구해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론스타는 ISD를 제기하면서 한국 정부의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과세와 매각시점 지연, 가격인하 압박 등으로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론스타는 2007년 9월 HSBC에 외환은행을 팔려 했지만 한국 정부가 승인하지 않아 무산됐다.

이들은 결국 2012년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넘겼지만, 매각이 늦어지면서 가격이 떨어졌다고 주장한다.

윤창호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하나금융이 완전승소했다는 것은 론스타 논리나 주장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의미이기에 정부가 참여하는 ISD에도 불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 국장은 다만 "ICC와 ISD는 근거법도, 당사자도, 다루는 이슈도 모두 다른 소송이기에 ICC 결과와 관계없이 ISD 소송은 독립적으로, 중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ICC 판정문 결과를 활용할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ISD는 중재판정부의 절차 종결 선언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 결론이 언제 날지 불확실하다.

보통 절차 종결 전언 후 4∼6개월 안에 판정이 난다.

하나금융은 2012년 2월 론스타가 보유했던 외환은행 지분 3억2천904만주(51.02%)를 넘겨받았다.

당시 지불액은 계약금액 3조9천157억원 가운데 국세청이 원천징수하기로 한 세금(3천916억원)과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식을 담보로 받아간 대출금(1조5천억원)을 제외한 2조240억원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