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공시대상기업집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 공정위 제공 >
2019 공시대상기업집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 공정위 제공 >
국내 대기업집단이 지난해 반도체 호황과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화학군 실적 개선으로 매출이 2년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다만 중공업·자동차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의 일감이 크게 줄면서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줄었다.

1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금융·보험업 제외)의 지난해 사업연도 기준 총매출은 1421조9940억원으로 전년(1359조5000억원) 대비 약 62조4940억원(4.6%) 늘었다. 반도체 사업을 하는 기업집단의 매출 증가가 돋보였다.

삼성은 매출이 258조900억원에서 지난해 267조7000억원으로, SK는 157조6170억원에서 183조7380억원으로 증가했다. 현대자동차는 162조4330억원에서 167조3260억원으로, 롯데는 65조8910억원에서 67조1430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LG는 127조3960억원에서 126조4750억원으로 상위 10개 집단 중 유일하게 매출이 줄었다.

매출이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호반건설(-3조2000억원), 효성(-2조1000억원), 대림(-2조1000억원) 순이었다. 호반건설은 계열사 합병과 친족분리 등 일부 계열사가 제외되면서 매출이 줄었고, 효성과 대림은 각각 인적분할과 수주 감소가 영향을 끼쳤다.

당기순이익은 이 기간 100조2000억원에서 92조5260억원으로 7조6740억원 감소했다. 삼성이 32조8970억원에서 37조원으로, SK가 17조3390억원에서 22조6680억원으로 크게 증가한 반면 현대자동차는 원화 강세에 따른 환차손 등으로 6조9910억원에서 3조5330억원으로, LG는 LCD 공급과잉과 휴대폰 사업 부진으로 7조1250억원에서 3조4110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현대중공업은 조업물량 감소와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5조4000억원이나 줄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계열회사 수 및 자산총액
공시대상기업집단 계열회사 수 및 자산총액
자산총액은 같은 기간 1966조7000억원에서 2039조7000억원으로 73조 증가했다. 관심을 끌었던 4대 그룹 순위에는 변동이 없었다. 1위 삼성은 자산총액이 399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414조5000억원으로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섰다. 삼성의 자산총액은 2017년 정부 예산인 400조7000억원보다 큰 규모다.

이어 현대자동차그룹(222조7000억원→223조5000억원), SK(189조5000억원→218조원), LG(123조1000억원→129조6000억원) 순이었다. 롯데는 116조2000억원에서 115조3000억원으로 9000억원이 줄었다. 한화(7위·65조6000억원)와 GS(8위·62조9000억원)는 자리를 바꿨다. 금호아시아나그룹(11조4000억원)은 아시아나항공(자산 약 6조9000억원) 매각이 완료되지 않아 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을 유지했다.

HDC는 7조9380억원에서 10조5500억원으로 늘어 자산총액 순위가 46위에서 33위로 크게 뛰었다. 카카오도 8조3140억원에서 10조4700억원으로 늘어 39위에서 32위로 올랐다. HDC는 서울-춘천고속도로 계열편입과 유상증자가, 카카오는 계열사 현물출자 및 주식취득이 자산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하림도 종합식품단지 조성과 선박건조 등 유형자산이 증가하며 순위가 32위에서 26위로 상승했다.

반면 한라는 41위에서 49위로, KCC는 29위에서 34위로, OCI는 27위에서 31위로 순위가 크게 밀렸다. 한라는 차입금 감소와 지분법 평가손실이, KCC는 금융자산 감소와 계열사 독립에 영향을 받았다. OCI는 계열사 친족분리와 부채축소가 자산감소의 원인이 됐다.

올해 지정된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재무현황은 전반적으로 개선됐지만 기업집단 간 격차는 심화됐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자산 상위 5대 그룹(삼성·현대차·SK·LG·롯데)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53.4%에서 올해 54.0%로 늘었고, 매출 비중도 56.7%에서 57.1%로 높아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의 부채 비율 등 재무 현황이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가운데 상·하위 집단 간 격차가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