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0원 이상 오르며 단숨에 1180원 선을 뚫고 1190원 턱밑까지 도달했다. 1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원50전 오른(원화 가치 하락) 달러당 1187원50전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는 2017년 1월 11일(1196원40전) 후 2년4개월여 만의 최고치다.

장 초반 1180원 선에서 등락하던 환율은 오전 10시께 오름세로 돌아서 내내 강세를 이어갔다. 지난 9~10일 열린 미·중 무역협상이 성과 없이 끝난 점이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졌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외국인 자본 유출과 관련한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주변국들과 비교해 원·달러 환율 상승세는 과도한 수준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수출 6개월째 '마이너스' 경고등…KDI는 두달 연속 '경기 부진' 진단

5월 수출도 마이너스로 출발했다. 작년 12월부터 시작된 수출 부진이 상반기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두 달 연속으로 ‘경기가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원·달러 환율 급등…단숨에 1190원 육박
관세청은 이달 1~10일 수출이 130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4% 줄었다고 13일 발표했다. 이달 초순의 조업일수가 6.5일(토요일은 0.5일로 계산)로 작년보다 0.5일 많았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일평균 수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13.6%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1.8% 줄어든 게 결정타였다. 자동차 부품(-11.2%), 액정디바이스(-48.3%) 등의 감소폭도 컸다. 국가별로는 중국(-16.2%) 미국(-2.8%) 중동(-30.3%) 등으로의 수출이 많이 줄었다.

같은 기간 수입은 152억달러로 작년 동기와 비교해 7.2% 증가했다. 원유 수입이 16.8% 늘어난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이달 초순만 놓고 보면 무역수지는 22억달러 적자다.

경기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도 어두워지고 있다. KDI는 이날 ‘KDI 경제동향’ 5월호에서 “우리 경제의 수요 위축이 일부 완화됐지만 투자와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가 부진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작년 11월부터 올 3월까지 ‘경기 둔화’ 판단을 이어가다 지난달 ‘점차 부진해지고 있다’고 바꿨고 이번 달엔 ‘부진하다’고 표현했다. 경기 위축에 대한 표현 수위가 갈수록 세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KDI는 경기동향지표가 악화한 데 대해서도 우려했다. 3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해 12개월째 내림세였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1포인트 떨어지며 10개월째 하향 곡선을 그렸다. 두 지표가 10개월 연속 하락한 것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하반기에 반도체 실적이 개선돼도 경제가 전반적으로 좋아지는 신호로 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봉/조재길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