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 SF이노베이션 대표 "올해 홍콩 진출로 글로벌 스쿨푸드 원년 만들 것"
교복 입은 학생들의 전용 간식인 ‘분식’. 떡볶이를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수십 년간 ‘길거리 음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00년대 들어 프리미엄 시장이 열렸다. 좋은 식재료를 쓰고 레스토랑, 카페처럼 꾸민 가게가 속속 등장했다. 이 시장을 연 사람은 2002년 ‘스쿨푸드 딜리버리’를 창업한 이상윤 SF이노베이션 대표(51·사진)다. 그는 마리, 까르보나라 크림 떡볶이, 장조림 버터비빔밥 등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분식 시장의 판을 흔들었다.

‘춤꾼’이 되고 싶었던 그는 대한민국 비보이 1세대다. 1980년대까지 가수 박남정, 현진영, 이주노 씨 등과 활동했다. 건강이 나빠져 연예계 활동을 중단하고, 2002년부터 분식 배달을 했다. “지하 단칸방에서 김밥을 만들어 배달하는 사업을 시작했어요. 바쁘게 살다 보니 끼니를 간단히 때우곤 했는데, 그런 음식일수록 정성과 영양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18년 전 분식 배달로 시작한 그는 2005년 허허벌판이던 가로수길에 스쿨푸드 1호점을 내면서 가로수길 상권을 조성하기도 했다. 한입에 쏙 들어가는 미니 김밥인 ‘오징어먹물마리’ ‘스팸계란마리’ 등의 메뉴도 그의 손에서 나왔다.

그는 “‘분식은 싸구려’라는 이미지를 벗고 20~30대 여성이 열광할 만한 메뉴를 개발하려고 주방에서 10년 넘게 레시피를 연구했죠”라고 말했다. SF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연매출 500억원의 회사로 성장했다. 스쿨푸드를 시작으로 분짜라붐, 김작가의 이중생활 등의 브랜드를 개발했다. 미국 최대 중식 프랜차이즈인 판다익스프레스의 한국 법인도 운영하고 있다.

“스쿨푸드가 18년 됐으니 이제 성인이죠. 2000년대 가로수길 1호점에서 연인 또는 친구와 함께 줄 서서 먹던 손님들이 지금은 아이를 데리고 오거나 배달시켜 먹으며 추억을 회상하곤 합니다.”

스쿨푸드의 대형 매장이 요즘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대표는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 상승으로 힘들어하는 점주들을 위해 ‘배달 전문매장’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님을 응대하고 매장을 운영해야 하는 카페형 매장에 비해 배달 전문매장은 창업 비용이 적고, 이익률은 10~20%가량 높다. 카페형 스쿨푸드는 현재 전국 34개 매장, 배달 전문매장은 41개다. 그는 “딜리버리 전문 슈퍼바이저팀을 회사 내 조직으로 꾸려 점주와 체계적으로 소통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경기 남양주에 제조 및 물류를 전담하는 자체 공장을 완공했다. 이달 홍콩 최대 쇼핑몰에 330㎡ 규모로 매장을 내고 본격적인 해외사업을 시작한다.

그는 “전통 한식에 지친 외국인은 오히려 분식을 신선하고 접근이 쉬운 음식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올해 홍콩, 마카오 진출을 시작으로 글로벌 스쿨푸드의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