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팰리세이드, 노조가 찬물 끼얹나
현대자동차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를 주문해놓고 기다리는 국내 소비자가 4만 명을 넘어섰다. 특정 차량 대기 물량이 4만 대를 넘어선 건 이례적이다. 현대차 매장 직원들이 “지금 주문해도 올해 안에 차를 받아보기 힘들다”고 소비자들에게 양해를 구할 정도다.

물량 부족의 1차 원인은 뛰어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있다. 품귀 현상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가 노동조합에 막혀 생산량을 늘리지 못한 탓도 크다. 이번 기회에 노조 동의를 얻어야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 현대차 단체협약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SUV 1위 자리 노린다

1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이날 현재 팰리세이드 누적 계약 건수가 6만5000대를 돌파했다. 지난달 말 기준 누적 판매량은 2만4632대였다. 올 1월 본격 판매가 시작된 이후 매달 5000대 넘게 팔리고 있다. 지난달 판매량은 6583대. 국내 SUV 판매 1위인 현대차 싼타페(6759대)와 큰 차이가 없다. 생산량만 뒷받침되면 싼타페를 따라잡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잘나가는 팰리세이드, 노조가 찬물 끼얹나
팰리세이드는 기존 SUV보다 더 큰 차를 원하는 소비자 심리를 정확히 꿰뚫었다. 싼타페보다 길이(전장)가 210㎜ 길다. 국산 SUV 중 처음으로 3열에 성인이 타도 불편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격은 싼타페와 큰 차이가 없다. 최고 가격을 기준으로 팰리세이드가 4408만원, 싼타페가 4295만원이다.

팰리세이드의 주 소비자층은 40대 남성이다. 현대차의 구매자 분석 자료를 보면 33.6%가 40대였다. 50대(25.5%)와 30대(24.5%)가 뒤를 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82.7%였다. 다른 대형 SUV의 주 소비자가 50대 남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구매 연령이 젊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젊은 아빠’들이 팰리세이드의 핵심 소비자층”이라고 설명했다.

노조 반발로 생산량 더 못 늘려

문제는 턱없이 모자란 생산량이다. 현대차는 울산 4공장에서 한 달에 약 8000대의 팰리세이드를 생산하고 있다. 추가 주문이 없다고 해도 5개월 동안 꼬박 차를 조립해야 대기 물량(4만 대)을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추가로 차를 사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공급난이 심해지는 추세다. 올 하반기부터는 미국으로 수출할 예정이어서 수급은 더욱 꼬일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생산량 확대를 추진 중이지만 노조 반발에 가로막혀 있다. 현대차 단협은 ‘차량을 생산하는 공장을 조정하려면 노조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회사 측은 최근 “연말이 되면 팰리세이드 대기 물량이 6만 대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며 “울산 4공장 외 다른 공장에서도 생산해야 한다”고 노조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얼마 전 팰리세이드 생산량을 월 6000대에서 월 8000대 수준으로 늘린 만큼 지금 당장 논의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자신들의 생산 물량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울산 4공장 조합원들이 강력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물량 부족 사태가 팰리세이드 인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한 지 1년이 지나야 차를 받을 수 있다고 하면 어떤 소비자가 기다리겠느냐”고 반문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