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 보고서

"경증 진단만 받아도 3천만원"
보험사들 앞다퉈 영업
1년 새 판매액 2.5배 늘었지만
막상 심사땐 CT 등 추가 요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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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최대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치매보험이 향후 ‘민원 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보험사들이 가벼운 치매까지 보장하는 파격적 상품을 쏟아냈지만, 막상 약관을 보면 보험금 받기가 까다로워 분쟁 소지가 높다는 것이다.

보험연구원은 12일 ‘최근 치매 보험시장의 이슈와 과제’ 보고서에서 “경증치매와 관련해 도덕적 해이나 보험금 지급 분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지난 3월 “치매보험 가입 시 경증치매 진단기준을 잘 보고 가입해야 한다”며 소비자 주의보를 내렸다.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치매보험

국내 생명·손해보험사들의 치매보험 판매 건수는 2017년 28만7000건에서 2018년 55만3000건으로 뛰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들이 경증치매로 보장을 확대한 치매보험을 경쟁적으로 출시한 점이 판매 급증의 주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치매보험의 초회보험료(신규 가입자가 낸 첫 보험료)도 같은 기간 67억1000만원에서 233억4000만원으로 1년 새 247% 늘었다.
"민원폭탄 될수도"…치매보험 경고 잇따라

치매보험은 2년 전만 해도 임상치매척도(CDR) 3점 이상인 중증치매 위주로 보장했다. 2017년 하반기 경증치매(CDR 1~2점)에 2000만~3000만원의 진단비를 주는 상품이 등장하면서 경쟁에 불이 붙었다. CDR은 전문의가 환자의 인지·사회기능을 확인해 치매 정도를 점수화한 지표다. 3점을 받으려면 거동이 힘들고 기억도 대부분 잃은 수준이어야 한다. 1점은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성격이 변하는 정도의 가벼운 치매다.

정부와 보험연구원은 경증치매가 분쟁의 씨앗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경증치매는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뇌영상검사 없이 CDR 등으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몇몇 보험사는 CDR 외에 뇌영상검사 결과까지 내야 치매로 인정한다고 약관에 못 박았다.

정 연구위원은 “CDR은 1점이지만 뇌영상자료상으론 이상이 없을 때 어떻게 해석할지 등이 모호하다”며 “판매자의 부실한 설명 탓에 가입자가 보장 내용을 정확히 모르고 민원을 제기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치매환자는 지난해 75만 명에서 해마다 3.2%씩 늘어 2065년 328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전체 환자의 67%는 경증치매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 6월 중 감리결과 내놓기로

금감원은 지난 3월 보험사들에 공문을 보내 “경증치매 보장이 과하고 중복 가입 여부도 따지지 않아 보험사기를 유발할 수 있다”며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금감원은 의료 자문 등을 거쳐 치매보험 약관에 대한 감리를 진행 중이다. 보험료율의 적정성과 불완전판매 사례 등도 들여다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보험설계사는 CDR 수치만 있어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소비자에게 설명하고 있다”며 “6월까지 치매보험과 관련한 점검과 대책 마련을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보험설계사들의 불완전판매와 보험사들의 보험금 과소 지급 등에 대한 근절을 강조하고 있다는 소식도 보험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암보험, 즉시연금 등을 놓고 보험사들을 압박했던 금감원 칼날이 치매보험으로 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치매보험은 포화 상태에 접어든 지 오래인 보험시장에서 간만에 등장한 ‘블루오션’이었다”면서도 “경쟁이 과열됐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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