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중국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롯데 계열사가 중국 시장에서 잇따라 철수하고 있지만 신 회장은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9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 에탄크래커(ECC) 및 에틸렌글리콜(EG) 공장 준공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신 회장은 ‘중국 사업을 계속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중국 시장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만큼 포기할 수 없고, 앞으로도 계속 투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달라지고 있는 중국 내 분위기와 관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에선 최근 중단된 롯데의 ‘선양 프로젝트’가 2년여 만에 재개될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그동안 꿈쩍하지 않던 선양 지방정부가 테마파크와 호텔 등에 대한 시공 인허가를 최근 내줬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는 백화점, 쇼핑몰, 호텔, 테마파크, 주거단지 등을 복합 개발하는 3조원 규모 사업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작년 말 완공됐어야 했지만 중국 정부가 공사 중단을 명령해 2년 이상 공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신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인수 검토 여부를 묻는 말에 “100% 없다”고 짧게 답했다. 롯데는 그동안 CJ SK 등과 함께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유력한 후보로 꼽혀왔다. 롯데그룹이 그동안 이런 가능성을 부인하긴 했지만, 이날 신 회장이 직접 인수 의향이 없음을 확인한 것이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 계획에 대해선 “언젠가는 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호텔롯데는 롯데지주에 편입되지 않은 상당수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호텔롯데의 대주주는 일본롯데홀딩스인 만큼 롯데그룹이 일본 주주들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호텔롯데를 상장시킨 뒤 롯데지주와 합병해야 한다.

합병이 이뤄지면 일본롯데홀딩스의 호텔롯데 지분율이 크게 낮아진다.

신 회장은 미국과 함께 인도네시아에서도 화학사업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인도네시아 자바 반텐주에 유화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이 유화단지를 2023년까지 완공해 상업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레이크찰스=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