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9일 “제2 벤처붐이 가시화되고 있는 시점에 적극적 재정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취임 1개월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4차 산업혁명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에는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는 한편 신기술에는 과감한 장려금을 지원하는 투트랙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 장관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연결자로서의 정부와 중기부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9일 서울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사내벤처, 상생협력을 통한 혁신성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9일 서울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사내벤처, 상생협력을 통한 혁신성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중기부 2기 싹 틔우겠다”

박 장관은 취임 후 한 달 동안의 소회에 대해 “매일 새벽에 나와서 그날 그날 예습과 복습을 해야 한다”며 “고3 수험생이 된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달 8일 취임 후 속초 고성 등 강원도 산불 피해 현장 방문을 시작으로 광주, 대구 등에서 중소기업과 지역 전통시장을 방문하며 바쁜 한 달을 보냈다.

박 장관은 “중소벤처기업부 1기는 얼어붙은 땅에 씨를 뿌리는 시기였다”며 “이제 중기부 2기를 맞아 제가 싹을 틔우고 성장시키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 최대 현안인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박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으로 활동할 때 지역별로 생활물가가 다르듯 최저임금을 지자체별로 적용해야 한다고 질문했다”며 “정부가 이를 추진하지 못하는 것은 사회적 여건이 덜 성숙했기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주 52시간 근무제와 탄력근로제 확대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는 6월에 다시 논의하자”고 덧붙였다.

과감한 재정정책 확대 강조

박 장관은 제2 벤처붐이 가시화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올해 1분기 신설법인이 2만6951개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며 “제2 벤처붐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100억원 이상 이뤄진 투자가 2017년 29개사 4231억원에서 지난해 54개사 8687억원으로 급속하게 늘었다”며 “작년 10월까지 3개에 불과하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이 현재 8개로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정부의 모태펀드 확대 정책이 적시에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관계자들의 분석도 전했다.

과감한 재정정책의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박 장관은 “문재인 정부 초기에 재정 확대 정책을 확실하게 썼어야 했다”며 “국제통화기금(IMF) 등도 재정 확대를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시스템반도체, 바이오, 미래자동차 등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결정했다”며 “이 분야에서 강소기업을 키워내기 위해 중기부가 연결자로서 역할을 해내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공공구매를 통해 중소기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내는 정책도 예고했다. 박 장관은 “중견기업이던 애플 제품을 미국 정부가 쓰면서 애플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신생 기업의 제품을 대한민국 정부가 사용하고 이 기업들이 3~4년 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제도를 꼭 만들겠다”고 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