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은 9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2019 세계 UHD 산
업발전대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콘텐츠 소비가 증가하는 5G 시대에는 OLED가 최적의 디바이스 창(窓)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사는 중국 정부기관과 협회, 언론, 학계, 기업 관계자들이 모여 업계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자동차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주력 사업인 대형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물량 공세로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어서다. 스마트폰 시장 정체로 휴대폰용 OLED 패널의 매출 증가세가 주춤해진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이르면 올 3분기 중에 벤츠 신차에 들어가는 P-OLED(플라스틱OLED)를 출하할 예정이다. P-OLED는 신차 콕핏(계기판)에 들어간다. LG디스플레이는 P-OLED 납품처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BMW, GM 등 다수의 업체들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 고위 관계자는 “벤츠 납품을 계기로 자동차용 OLED 수주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승부를 걸어야 할 사업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삼성디스플레이도 아우디에 OLED 패널을 공급하며 실적을 쌓고 있다. 2017년에 아우디의 4세대 A8 모델 뒷좌석 컨트롤러용으로 5.7인치 OLED 패널을 공급했다. 지난해엔 아우디의 전기 스포츠 유틸리티차량(SUV)인 ‘e-트론’에 백미러를 대신하는 ‘e-미러’용 7인치 OLED 패널을 납품했다.업체들이 차량용 OLED 시장에 눈을 돌리는 것은 주력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LCD 패널 시장에선 중국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가 거세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이 올 1분기 출하한 60인치 이상 대형 LCD TV 패널은 전체 출하량의 33.9%(224만2000대)를 차지했다.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은 45.1%로 전년 동기(54.8%)보다 13.7%포인트 떨어졌다. 스마트폰용 패널 상황도 좋지 않다. 주력 납품처인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는 탓이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플레이는 1분기에 각각 1320억원, 56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냈다.자동차용 OLED 시장은 성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IHS마킷에 따르면 자동차용 OLED 패널 시장 규모는 올해 12만 대에서 2023년 370만 대로 커질 전망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1126만달러(약 131억원)에서 4억9170만달러(약 5752억원)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익성도 높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7인치 자동차용 OLED 패널 평균단가(ASP)는 75달러로, 스마트폰 패널 ASP(45달러)보다 30달러 비쌌다.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KB증권은 3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 대해 "스마트폰의 탑재 비중이 확대되고, 글로벌 TV 세트업체들의 TV 신제품 출시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OLED 투자의 판이 커지고 있다. 빅사이클이 온다"고 밝혔다.김동원 연구원은 "올해 말 OLED 생산 능력은 2017년 대비 5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매출 예상치도 3억4500만~3억6500만달러로 기존 대비 4~6% 상향 조정됐다"며 "올해 LCD 중국 광저우 공장의 신규 라인이 OLED 생산을 본격 시작하고, 중국 패널업체의 OLED 신규 생산능력 확대가 집중될 것"이라 분석했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OLED 패널 재고를 소진하면서 주문이 증가할 수 있다고도 했다.과거 OLED 투자 사이클(1차, 2015~17년)은 애플과 중국의 투자가 중소형 OLED에만 국한되면서 기간이 짧았다. 하지만 2차 OLED 사이클(2019~2021년)은 애플의 OLED 신규 투자가 없어도 역대 최대 규모로 집행될 것으로 추정된다. 김 연구원은 "향후 3년간 중국의 6세대 flexible OLED 투자 규모(월 생산능력 기준 28만장)가 중국 상위 4대 패널업체(BOE, CSOT, GVO, Tianma)를 중심으로 큰 폭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역시 대형 OLED 중심의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 중국 OLED 투자의 동시 수혜가 기대되는 삼성전자, 에스에프에이, 한솔케미칼 등이 수혜주로 떠오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계열사 간 경쟁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상당수 주요 상장 계열사가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LG그룹에 대해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이렇게 말했다. LG는 삼성(삼성전자) SK(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현대차) 등 다른 그룹과 달리 압도적인 1등 계열사가 없다.영업이익 규모, 수익성, 시가총액 등의 부문에서 주요 계열사들이 매분기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펼친다. 시장에선 실적시즌 때마다 어느 계열사가 어떤 부문에서 1등을 했는지 궁금해하는 분위기다.LG전자 영업益 왕좌 탈환전체 영업이익 규모 면에서 지주회사 (주)LG를 제외하고 1분기에 그룹 내 기여도가 가장 컸던 계열사는 LG전자다. 899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2위 LG생활건강(3221억원)보다 2.7배 많았다. LG화학(2753억원)이 3위로 뒤를 이었다.2018년 1~3분기에 7400억~1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그룹 내 1위 자리를 지켰던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쇼크’ 수준인 75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그룹 내 상장 계열사 중 6위로 추락했다. 올해 1분기엔 가전(H&A) 사업부문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내면서 반전에 성공했다.2012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LG그룹 내에선 LG전자·LG화학·LG디스플레이 ‘3인방’이 영업이익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2017년 이후를 놓고 보면 2017년 1~2분기는 LG디스플레이, 3~4분기는 LG화학, 2018년 1~3분기는 LG전자의 시대였다.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가 업황 등락에 따라 실적이 크게 출렁거리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시장에선 당분간 LG전자가 그룹 내 ‘맏형’ 역할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LG화학은 ‘주력’인 석유화학 사업에서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와 수요 부진이란 이중고를 겪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LG디스플레이는 중국의 물량 공세란 구조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7441억원으로, 2위 LG화학(4984억원)보다 2.4배 많다.다크호스로 떠오른 LG생건1분기 실적시즌에 LG 안팎에서 가장 화제가 된 계열사는 LG생활건강이다. 2001년 LG화학에서 분리된 이후 처음으로 LG화학보다 많은 영업이익을 거두며 이익 규모 측면에서 그룹 내 2위로 떠올랐다.수익성 측면에선 2등을 크게 앞선 1위다. LG생활건강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17.1%에 달한다. LG유플러스(6.1%) LG전자(6.0%)가 뒤를 이었다. ‘후’ ‘숨’ 등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들이 중국에서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실적개선 추세를 견인했다. 후와 숨의 전년 동기 대비 중국 현지 매출 증가율은 각각 62.0%, 67.0%에 이른다. 전체 화장품 매출에서 럭셔리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7%포인트 증가한 78.4%에 달했다.다만 현재까지 집계된 영업이익 컨센서스에 따르면 2분기에 LG생활건강은 LG화학에 2위 자리를 다시 내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 국제 유가가 급격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최종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이란 전망도 많다. 이런 추세가 반영돼 LG화학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개월 전보다 14.6% 하향 조정됐다. LG생활건강은 2.5% 상향됐다.시총 1위는 LG화학시가총액에선 LG화학이 1위다. 지난 26일 종가 기준 25조3072억원으로, 2위 LG생활건강(21조6788억원)보다 16.7% 많다. 3위 LG전자는 16조3648억원이다.작년 말 유가증권시장 시총 7위(24조4955억원)였던 LG화학은 올 들어 시총 순위가 급상승해 한때 3위까지 치고올라왔다. 유가증권시장 내 시총 순위는 삼성전자(267조7448억원) SK하이닉스(72조8002억원) 현대차(28조9520억원) 셀트리온(27조12760억원)에 이어 5위다.전기자동차 시장 확대 영향으로 투자자들이 이 회사 전지사업부에 대해 높은 프리미엄을 인정해주는 게 시총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LG화학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19.34배로, 유가증권시장 화학업종 평균(13.74배)보다 높다.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