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9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진 경상흑자…수출 부진 속 4월 적자 가능성도(사진=게티이미지뱅크)
6년9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진 경상흑자…수출 부진 속 4월 적자 가능성도(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1분기 경상수지 흑자가 6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석유화학 등 주력 품목의 수출 부진과 대(對)중국 수출 둔화가 이어진 결과다.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수입이 동반 감소한 '불황형 흑자' 양상이 나타났다. 1분기 수출과 수입이 2년 6개월 만에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해 상품수지가 5년 만에 가장 적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19년 3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1분기 경상수지는 112억5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지난해 3월보다 3.4% 감소해 2012년 2분기(109억4000만달러 흑자)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1분기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196억1000만달러에 그쳐 2014년 1분기(170억6000만달러) 이후 가장 적었다.

1분기 수출은 1375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8.4% 감소했다. 분기 기준 수출 감소는 2016년 3분기(-3.9%)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수입도 7.6% 줄어든 1178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 역시 2016년 3분기(-1.5%) 이후 처음이다.

3월 경상수지는 48억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에 2012년 5월 이후 83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3월 수출은 471억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8.2% 감소했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등 전기·전자제품을 중심으로 줄었다. 수입은 6.7% 감소한 419억달러로 집계됐다. 원자재, 자본재 수입이 각각 7.3%, 10.7% 감소한 반면, 소비재 수입은 4.7% 증가했다.

수출과 수입이 함께 줄면서 3월 상품수지는 84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94억1000만달러)보다 감소했다. 4년7개월 만에 가장 적었던 지난 2월(54억8000만달러)보다 증가했지만 전년 동월보다는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미국, 중남미에 대한 수출은 증가한 반면, 중동, 중국 등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3월 서비스수지는 23억4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여행 및 운송수지 개선에도 불구하고 지식재산권 사용료 수지 적자(9억5000만달러 적자) 악화 등으로 전년 동월(22억6000만달러 적자)보다 적자 규모가 다소 늘었다.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이 3월 특허권 사용료로 3억∼4억달러를 지급한 여파라고 한은은 전했다.

3월 여행수지는 5억7000만달러 적자로 지난해 3월보다 개선됐다. 중국인, 일본인을 중심으로 한 입국자 증가세가 이어진 영향이다. 같은 기간 운송수지는 3억달러 적자로 전년 동월(4억1000만달러 적자)보다 개선됐다.

임금·배당·이자 등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지급 감소 여파로 적자 규모가 7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월(12억9000만달러)보다 축소됐다. 이전소득수지는 5억7000만달러 적자였다.

자본 유출입을 보여주는 금융계정 순자산은 61억8000만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에서는 내국인 해외투자와 외국인 국내투자가 각각 47억달러, 10억3000만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55억8000만달러, 외국인 국내투자가 11억3000만달러 각각 늘었다. 파생금융상품은 5억3000만달러 확대됐다.

외환보유액에서 환율 등 비거래요인을 제거한 준비자산은 14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수출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4월은 배당금 지급이 몰리는 시기인 만큼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국장은 이에 대해 "12월 결산법인의 배당이 집중되는 4월에는 경상수지가 일시적으로 소폭 적자 또는 소폭 흑자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지만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4분기 기업실적 악화와 중간 및 분기 배당 집행을 고려하면 4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배당금 지급액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1분기 경상수지에 대해 경제성장률 둔화 속 수출과 수입이 동반 감소한 '불황형 흑자' 양상이 지속됐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급격한 수출 위축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 폭 감소 추이가 연장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경제성장률이 낮아져도 수출 호조가 뒷받침한 경상수지 흑자가 대외건전성 신뢰도와 금융안정성을 유지해준 요인이었다"면서 "수출 급감 추세에 비춰 올해 추가적인 경상수지 흑자 감소 기조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수출과 수입이 함께 감소하는 불황형 흑자 양상이 지속됐다"며 "수출의 경우 10월까지는 지난해의 부정적인 기저효과가 갈수록 커지는 만큼 4분기께는 돼야 (전년 동기 대비) 개선세가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 향배를 좌우하는 반도체 경기와 관련해서도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반도체가 차지한 비중은 전체 수출의 20%, 국내총생산(GDP)의 8%에 달한다"며 "상반기 내내 미중 무역 갈등과 반도체 업황 부진에 시달린 올해 경제성장률은 기껏해야 2%를 조금 넘을 전망이고, 미국이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미중 무역협상이 어긋날 경우 경제성장률은 2% 밑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경상수지 흑자 축소는 재차 국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가중되고 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의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국민 소득과 가계소비 안정을 위해 적정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 유지가 필요하다"며 "교역조건 악화가 구매력 제약과 소비 부진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일자리 확대와 가계소득 증가 등 실질구매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6년9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진 경상흑자…수출 부진 속 83개월째 흑자는 지속(사진=게티이미지뱅크)(자료=한국은행)
6년9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진 경상흑자…수출 부진 속 83개월째 흑자는 지속(사진=게티이미지뱅크)(자료=한국은행)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