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중 무역협상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25%까지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벌어진 대형 악재다. 불확실성을 고려해 수출주와 경기민감주의 비중을 줄이라는 조언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트위터를 통해 중국산 제품 2000억 달러에 대한 관세를 오는 10일부터 10%에서 25%로 인상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관세가 부과되지 않았던 나머지 중국산 제품 3250억달러어치에 대해서도 곧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더딘 데 따른 불만 표출과 더불어 오는 8~10일 예정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미중 무역전쟁 우려가 재점화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은 일제히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 6% 가까이 급락했다. 그간 세계 증시에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만큼 주식시장의 되돌림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출주와 경기민감주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며 "안전마진을 확보한 배당주와 안정성이 높은 내수주, 경기방어주의 상대적 강세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증시의 상황은 중국 협상단의 미국 방문 여부에 달려있다는 진단이다. 당초 중국 정부는 오는 8일(현지시간) 열릴 예정이었던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 10개 이상 부처에서 100여명 이상의 대규모 인력을 파견해 실질적으로 세부안에 합의할 계획이었다.

다행인 것은 트럼프의 이같은 언급에도 중국 외교 대변인이 공식 회견을 통해 워싱턴 고위급 회담을 추진할 것이라고 알렸다는 점이다. 그는 중국 증시 마감 후 "미국의 협박은 이전에도 여러차례 발생했었다"며 "현재 류허 부총리 등은 무역협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기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개시일보다 하루 연기된 9일부터 시작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6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 협상팀이 오는 9~10일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협상 타결 여부와 상관없이 중국 협상단이 미국을 계획대로 방문하기만 해도 불확실성 완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시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중국 협상단이 미국을 방문조차 하지 않고 협상 자체를 파기해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관세 부과를 단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 연구원은 "미 증시가 장 후반 중국 협상단의 이번주 미국 방문 보도에 낙폭을 축소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이 경우 한국 증시 역시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협상단의 미국 방문이 지연된다면 미중은 극단적인 대치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방문이 지연되고 트럼프의 발언대로 오는 10일 추가관세가 부과된다면 코스피는 200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추정이 있다. 지난해 말 무역분쟁 격화 당시 코스피가 금융위기 수준까지 하락했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추가 관세 부과에 따른 전기전자 업종의 수혜를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미국이 중국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25%로 인상하면 오히려 대체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돼 한국의 실질부가가치가 증가할 것이란 주장이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대신 한국이 대체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도 미중 관세 인상에 따른 한국의 경제적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미국 기업들이 중국 기반 수입에서 한국 대체 품목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