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수출대금 지급을 위한 원화결제 시스템을 허용해달라며 미국 정부를 설득하고 있다. 2010년 미국의 이란 제재 당시 원화결제 시스템을 승인해준 것처럼 이번에도 원화결제 시스템만이라도 인정해달라는 요구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분위기는 ‘냉랭하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원화계좌 다시 열려도 對이란 수출 '첩첩산중'
한국 정부가 미국 재무부를 설득해 원화결제 시스템이 허용된다고 해도 이란산 원유 수입이 재개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원화결제 시스템은 한국 정유회사들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한 자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란 중앙은행(CBI)은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등에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원화계좌를 개설하고 있다. 이 자금은 SK이노베이션 한화토탈 현대오일뱅크 등 한국 정유사와 석유화학회사들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면서 입금한 돈이다. 원유 수입 대금을 활용해 한국 기업들의 수출 대금으로 쓰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정유회사들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한국 기업들에 줄 수출 대금도 없어지는 구조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이란산 원유 수입을 많이 했기 때문에 동결된 원화 계좌의 잔액은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산 원유 수입이 계속해서 막히면 수출대금의 원화결제는 지속될 수 없다.

한국 정유회사들은 미국이 이란 제재를 복원하기 전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을 서서히 줄여왔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017년 1억4787만 배럴에 달하던 이란산 원유 수입은 지난해 5820만 배럴로 급감했다. 올 들어 3월까지는 2076만 배럴에 그쳤다. 지난 1일(미국시간)부로 이란산 원유 수입이 전면 금지됨에 따라 올 수입량은 이 규모가 전부가 될 전망이다.

이란 수출 재개를 위해서는 수출 컨테이너선의 보험 가입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이란으로 향하는 수출 컨테이너선에 대해 유럽 등 선박 보험회사들이 보험을 받아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선박 보험은 보험금이 커 손해보험사들이 규모가 큰 재보험사들에 보험을 재가입해야 하는데, 위험하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이 중단된 상황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