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원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스마트폰 생산물량을 오는 6월부터 베트남 하이퐁공장(사진)으로 옮기기로 했다. LG전자 제공
LG전자는 원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스마트폰 생산물량을 오는 6월부터 베트남 하이퐁공장(사진)으로 옮기기로 했다. LG전자 제공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부회장)는 올초 신년사에서 “지금은 성장을 위해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 하락과 소프트웨어 업체, 하드웨어 업체 간 산업 주도권 경쟁 등으로 혹독한 환경 변화가 예상되지만 혁신 성장으로 위기를 극복하자는 얘기다. 올해 LG전자는 ‘수익이 전제된 성장’을 계속 추진하고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강력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실행에 옮길 계획이다. 또 육성 사업에 자원을 재배치해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탄탄하게 마련할 예정이다.

R&D 투자 늘려 경쟁력 강화

LG전자는 플랫폼을 최적화하고 핵심 부품 투자를 확대해 원가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우선 모터, 컴프레서 등의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모터와 컴프레서는 가전제품의 심장 또는 엔진으로 비유될 정도로 중요하다. 일상 생활에 사용하는 대부분의 생활가전에는 크고 작은 모터가 하나 이상 장착돼 있는 만큼 생활가전 성능이 100% 발휘되기 위해서는 이들 부품의 에너지 효율, 내구성 등이 필수다. LG전자는 이에 따라 올해 연구개발(R&D) 및 시설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해외 투자로 생산 효율성 높여

LG전자는 해외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미국 투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LG전자는 미국에 세탁기 생산공장과 전기차 부품생산 공장, 태양광 모듈 생산라인을 구축하며 현지 인프라 투자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약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미국 테네시주 몽고메리카운티 클락스빌에 세탁기 생산공장을 열었다. 인력 확보, 기반 시설, 원가경쟁력 등을 감안한 결과다. 세제혜택 등 테네시주 정부의 각종 인센티브 등도 고려했다.

또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헤이즐파크엔 2500만달러를 투자해 전기차용 배터리팩 등을 생산하는 전기차 부품 생산공장을 설립했다. 연면적 2만2000㎡ 규모의 공장 부지와 건물을 임차해 생산설비를 구축했다.

미국 앨라배마주 헌츠빌엔 LG전자 북미서비스법인의 물류창고 건물을 개조해 태양광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이곳에 LG전자는 연면적 8700㎡ 규모 건물에 태양광 생산라인 2개를 구축한다. 총 투자금액은 2800만달러다. 고효율 태양광 모듈을 생산할 계획이다. 연간 총 생산능력은 500㎿다. 여기에서 생산된 태양광 모듈은 전량 미국시장에 판매될 예정이다.

경기 평택에 있는 스마트폰 공장의 생산 물량을 6월부터 베트남으로 옮기는 것도 ‘비용 절감’을 위한 전략이다. 평택 공장은 LG전자 스마트폰 생산의 15% 안팎을 담당하고 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생산을 100% 해외에서 하고 R&D 부서만 한국에 남기기로 했다.

조직개편으로 비효율 제거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발빠른 대처도 LG전자의 위기 극복 전략 중 하나다. LG전자는 인공지능, 로봇, 자동차부품 등 미래 성장 사업에서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며 외부 환경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조직개편에서 미래 전략사업의 조기 육성과 역량 강화를 위해 대표이사 직속으로 ‘로봇사업센터’와 ‘자율주행사업태스크(Task)’를 신설했다.

로봇사업센터에는 새로운 로봇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여러 사업부에 분산돼 있던 로봇 관련 조직과 인력을 통합했다. 자율주행사업 Task는 자율주행과 관련된 중장기적인 투자와 역량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인공지능 연구개발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 있는 연구조직을 통합해 ‘북미R&D센터’를 신설하고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을 맡고 있는 ‘클라우드센터’는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로 이관해 인공지능 관련 기술융합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런 위기극복 경영의 노력은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4조9151억원, 영업이익 9006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거둔 높은 실적이라 더욱 값진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건조기, 스타일러, 무선청소기, 공기청정기, 전자레인지 등 신가전이 잘 팔려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는 분기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