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해보험 인수전은 일찌감치 사모펀드(PEF) 운용사 간 대결로 좁혀졌다. 예비 입찰까지만 해도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던 대만 푸본금융그룹이 본입찰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JKL파트너스(JKL)는 인수가격, 자금조달 방식, 직원 고용 안정성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됐다. 써낸 가격은 3900억원가량으로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 다른 후보보다 훨씬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JKL파트너스가 금융회사를 인수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거래는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 서기관(행시 43기) 출신인 최원진 상무가 이끌었다. JKL은 과거 MG손해보험 인수를 추진하면서 손해보험업에 대한 ‘공부’를 했다. 롯데손보에 과감한 베팅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JKL파트너스 관계자는 “롯데손보는 보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적자를 투자로 메울 수 있는 ‘규모의 경제’가 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손보는 자산운용 측면에서 특히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운용자산은 약 6조5000억원으로 손보업계 2위다. 주력은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으로 이차(利差·예정금리와 실제 운용수익률의 차이) 마진이 1.2%포인트에 달해 업계 평균인 0.3%포인트를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전체 운용자산 중 롯데 계열사의 퇴직연금은 30% 수준”이라며 “뛰어난 실적이 다른 고객도 끌어들이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이 퇴직연금 물량을 향후 몇 년간 보장할지가 최종 주식매매(SPA)계약 체결까지의 관건으로 꼽힌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과거 KB금융그룹이 LIG손해보험을 인수했을 때 약 5년간 그룹발(發) 보험 계약을 보장해 준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수대금 외에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에 추가로 수천억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말 지급여력비율(RBC)은 155.4%로 전체 보험사 평균(261.2%)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권고하는 비율(150%)을 안정적으로 넘어서기 위해선 1년 내에 2500억원 이상의 증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험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을 인수한 뒤 지난해 신한금융지주에 성공적으로 매각한 것처럼 JKL도 수년 내에 금융지주사를 대상으로 롯데손보 매각을 타진할 가능성이 높다.

김대훈/정영효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