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다수·백산수 '정기 배송'
쿠팡·이마트 'PB물 마케팅'
생수 시장에서 ‘배송 전쟁’이 확산되고 있다. 삼다수 아이시스 백산수 등 1~3위 브랜드가 앞다퉈 자체 배송 앱(응용프로그램)을 내놓고 가정용 정기배송 시장 공략에 나섰다. 쿠팡, 이마트몰, 롯데마트 등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자체상표(PB) 생수 제품을 늘려 배송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해외 생수를 수입해 유통하는 신규 업체들까지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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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온라인몰에서 생수 제품을 검색하면 5만여 종이 나온다. 제조사만 70개 이상, 브랜드는 약 300개에 달한다. 18.9L의 ‘말통 생수’에서 시작된 국내 생수 시장은 지난해 1조2542억원 규모로 2017년보다 약 13% 커졌다. 세계 생수시장 연간 성장률(7%)의 두 배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도 생수 업체들에는 호재다.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탄산음료와 과일음료 대신 생수를 찾는 소비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생수 브랜드, 치열한 배송 전쟁

삼다수, 백산수 등은 자체 배송 앱을 앞세우고 있다. 온라인으로 생수를 구매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한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주문하는 소비자가 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다수는 지난해 내놓은 가정배송 앱을 올 들어 본격적으로 알리고 있다. 배우 김혜수가 모델로 나오는 TV광고도 시작했다. 앱으로 500mL 20개짜리와 2L 6개짜리 등 팩 단위로 3팩 이상이면 주문할 수 있다. 구매금액의 3%를 포인트로 적립해주고 5000포인트 이상이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마시는 물 전쟁' 2라운드

제주개발공사 측은 “삼다수를 유통하는 광동제약이 전국 대리점망을 갖추고 있어 삼다수 앱으로 주문받은 물량을 배송하고 있다”며 “하루 평균 300~400건의 주문이 자체 앱을 통해 들어온다”고 말했다.

농심은 백산수 정기배송 앱을 통해 주문하면 5% 마일리지를 적립하고, 원하는 날마다 자동 배송해주고 있다. 지난해 이 앱을 통한 주문 건수는 전년보다 약 90% 늘었다. 올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70% 급증했다. 아이시스는 롯데칠성몰을 통해 주문을 받아 정기배송을 하고 있다.

더워지는 날씨·웰빙 트렌드

기업들이 너도나도 생수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생수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국내 생수 시장이 매년 12% 성장해 2023년 약 2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더워지는 날씨와 인구 구조,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도 연관이 있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보관과 휴대가 편하고, 배송받아 마실 수 있는 생수 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고령 가구는 무거운 생수를 사러 대형마트나 편의점에 가는 대신 정기배송을 선호하는 추세다.

신규 중소 브랜드들은 ‘온라인 전용상품’으로 맞서고 있다. 쿠팡 탐사수, 동원 미네마인, 웅진식품 빅토리아 탄산수 등은 온라인몰에서만 판매하는 대표적인 생수 브랜드다. 코카콜라 풀무원 하이트진로 아워홈 등도 생수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후발주자들은 프리미엄 생수 시장을 노리고 있다. 오리온은 올 하반기부터 제주 용암해수산업단지에서 뽑아올려 미네랄 함량이 높은 생수를 판매한다. CJ제일제당은 해양심층수 ‘미네워터’를 판매 중이다. 해외에서 들어온 수입 생수 브랜드는 70개에 달한다.
'마시는 물 전쟁' 2라운드

25년 만에 600억원→1조원 시장

국내 생수 시장의 역사는 길지 않다. 1980년대까지는 주로 수돗물을 끓여 보리차나 결명자차 등을 마시는 문화였다. 당시 정부는 수돗물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다는 우려로 철저하게 생수산업을 규제했다.

1994년 ‘먹는 물 시판 금지’에 대한 위헌 판결이 나오고, 1995년 1월 ‘먹는 물 관리법’이 제정되면서 생수 시장이 열렸다. 첫해 약 600억원이던 이 시장은 이후 연평균 10% 안팎의 빠른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조2500억원을 넘어섰다.

생수산업을 키운 건 가정용 시장이다. 이전까지는 ‘말통’으로 불리는 대형 용기 비중이 51.3%였다. 사무실이나 식당 등에서 마시는 물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한국샘물협회에 따르면 2011년 처음으로 페트병이 54.1%를 차지하며 역전했다. 야외 활동이 많아지고, 위생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집에서도 생수를 마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마침 온라인 배송 시장도 커질 때였다. 대형마트에서 무겁게 들고와야 했던 생수를 온라인 또는 모바일로 주문만 하면 집 앞에 배송해주는 서비스가 나오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오프라인에서 팔린 생수는 지난해 약 8500억원어치다. 나머지 약 4000억원어치의 물량이 온라인에서 판매된 셈이다.

신춘호 농심 회장은 “지난 50년간 농심은 라면으로 먹고 살았지만 앞으로 수십 년은 물로 먹고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성장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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