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使 양쪽에서 모두 비판받아…요즘 외롭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사진)은 2일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이쪽과 저쪽 모두에서 비판을 받고 있어 외롭다”고 토로했다. 핵심 현안을 놓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면서 양측이 모두 경사노위에 불만을 쏟아내는 것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문 위원장은 “암 수술을 했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시절 때부터 과음을 이어온 탓에 당뇨병도 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 폐암 진단을 받아 수술했다. 건강을 챙겨야 하는 병상에서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 논의에 매달렸다. 하지만 주요 현안에 대한 사회적 대타협이 큰 진전을 보지 못하면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경사노위 본위원회는 청년·여성·비정규직 등 노동계 위원 세 명이 의결을 거부하며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문 위원장은 웃으면서 “요즘 이들 세 명 위원 때문에 병원에서 화병 진단까지 받았다”며 “제 임기가 끝나면 문재인 대통령에게 받아야 할 빚이 많다”고 했다.

문 위원장과 문 대통령 간 인연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9년 한도공업사에 취업하며 노동계에 투신한 문 위원장은 민주노총 전신인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창설을 주도했고 이 과정에서 수차례 투옥됐다. 1985년 부산·경남지역에서 해고자 복직투쟁을 하고 대우조선 노조 결성을 주도하다 구속됐다. 당시 그의 변론을 맡은 변호사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이어 1989년 문 위원장이 제3자 개입금지 위반 혐의로 다시 구속됐을 때는 문 대통령이 변론을 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양대노총 탈퇴로 ‘개점휴업’ 상태였던 노사정위원회 정상화를 위해 노동계에서 신망이 두터운 문 위원장을 위촉했다.

문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변론을 맡아준 인연을 계기로 친구처럼 지냈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노동친화적 정책을 펴고 있지만 민주노총 등으로부터 비판받고 있다”며 도를 넘고 있는 민주노총을 에둘러 비판했다.

문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근로자의 날 축하메시지를 통해 경사노위 정상화로 사회적 대화가 잘됐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임기인 오는 8월까지 하고 그만두고 싶은데 대통령이 놔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경사노위에서 활동하는 동안 열린 마음으로 사용자들과 노동계의 균형을 맞춰 이견을 조율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