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 및 수리 구매자에 떠넘겨
지난해 12만 대 넘게 팔린 친환경차
별도 점검 항목 전무
현대자동차가 판매 중인 준대형 세단 ‘그랜저 하이브리드’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가 판매 중인 준대형 세단 ‘그랜저 하이브리드’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 사진=현대차

“배터리가 안전한지는 완성차 업체 밖에 진단 못해요. 파는 입장에선 기준이 없을뿐더러 비용 부담이 되니까 안 하려고 하죠.”

하이브리드카(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등 친환경 자동차가 중고 시장에서 관리·감독 체계 미흡으로 ‘안전 사각지대’에 놓였다. 핵심 부품인 전기 모터와 배터리 안전점검을 받지 않아서다.

중고차 매매업체는 대부분 ‘관련법 등 의무가 없다’며 구매자에 배터리 점검과 수리를 떠넘기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국토부)는 빨라야 내년 초에나 성능·상태점검기록부(성능기록부) 항목 등을 갖출 예정이다.

3일 <한경닷컴>이 취재한 결과 하이브리드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등은 성능기록부에 배터리, 전기 모터와 같은 주요 부품의 점검 기준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성능기록부는 차의 연식과 최초 등록일, 주행거리 등 기본적인 정보 뿐 아니라 사고‧수리 내역, 동력전달장치와 조향‧제동장치 고장 여부, 변속기 누수 등을 기록하는 서류다.

매매업체는 거래 시 구매자에게 성능기록부를 의무적으로 발급해야 한다. 다른 이상이 발견되면 정해진 기간 안에 발급한 정비 업체에서 무상 수리 및 보상을 받거나 허위로 기재된 경우 전액 환불받을 수 있도록 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이기 때문이다.

현행 성능기록부에는 하이브리드카를 위한 별도의 점검 항목이 없다. 배터리 외부 충전이 가능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와 순수 전기차, 수소연료전기차도 마찬가지다. 모든 친환경차의 배터리가 사실상 안전 점검 없이 매매되고 있는 셈이다.

한 중고차 매매업체 대표는 “배터리 안전 진단을 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라며 “현대자동차 등 생산 업체로 차를 보내 보증 서비스를 받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 두 대도 아니고 일일이 차를 몰고 서비스 센터를 찾아가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예약도 쉽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구매자에게 문제가 있으면 완성차 업체의 보증 서비스를 이용하라고 안내한다”면서 “제도나 여건이 미비한데 방법이 있느냐"라고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대부분 매매업체는 하이브리드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를 사들인 뒤 내연기관차 기준대로 섀시(차대), 수리 및 교환 내역, 조향‧제동 이상 유무까지만 들여다보고 있다. 일부 기업형으로 운영되는 곳만 완성차 업체로부터 전기 모터와 배터리 안전점검을 거쳐 되팔고 있다.

중고차를 사면 배터리 보증 서비스가 짧아지는 것도 구매자에겐 부담이다. 현대차는 신차 구매 시 하이브리드 배터리 평생 보증 혜택을 제공한다. 하지만 중고차는 10년‧20만㎞로 줄어들게 된다. 신차 판촉 활동 차원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이브리드 시스템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상황에서 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차 중고 거래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지난해 매물로 나온 친환경차만 약 7310 대. 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 등은 인기 차종인 만큼 중고차 시장에서도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한 해에만 등록된 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차는 12만4979대에 달한다. 최초로 10만 대를 넘어선 수준으로, 시장점유율은 6.8% 정도다. 2014년엔 3만5837대에 불과했던 것이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4만2001대와 6만7445대, 2017년에 9만9034대로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국토부는 내년까지 성능기록부에 전기 모터와 배터리 점검 항목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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