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투썸플레이스 판다
CJ그룹이 커피전문점 투썸플레이스 경영권을 매각한다. CJ푸드빌은 30일 이사회를 열어 자회사인 투썸플레이스의 지분 45%를 2대 주주인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 넘기기로 했다. 매각 금액은 약 2025억원이다.

CJ, 투썸플레이스 판다
투썸플레이스는 지난해 매출 2743억원, 영업이익 292억원을 기록한 CJ푸드빌의 알짜 계열사다. CJ푸드빌은 지난해 2월 투썸플레이스 사업을 분할, 투썸플레이스 지분 40%를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등에 매각했다. 이후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투썸플레이스의 성장 잠재력과 브랜드의 글로벌 확장성 등을 확인하고 경영권을 인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CJ푸드빌은 “매각 대금은 재무 건전성 확보에 투입할 계획이며 이를 기반으로 베이커리와 외식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지분 매각 후에도 CJ푸드빌은 투썸플레이스 지분 15%를 보유한 2대 주주로 남는다.

정성필 CJ푸드빌 대표는 매각 발표에 앞서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적자폭 확대로 인한 부채비율 상승으로 외부 자금 조달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CJ푸드빌과 투썸플레이스를 모두 살리기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2위 커피전문점 투썸플레이스 주인 바뀐다
홍콩 사모펀드에 안긴 투썸, 中 커피시장 공략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오는 6월 30일 국내 2위 커피전문점인 투썸플레이스의 새 주인이 된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인수 후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투썸플레이스(사진)를 국내 1위 스타벅스에 버금가는 브랜드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 등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투썸플레이스는 지난해 매출 2743억원, 영업이익 292억원을 기록한 CJ푸드빌의 알짜 계열사다. 2002년 첫 매장을 연 투썸플레이스는 17년 만에 CJ 품을 떠나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맞게 됐다.

CJ, 투썸플레이스 판다
CJ푸드빌, 영업적자 누적에 ‘매각’

CJ푸드빌의 투썸플레이스 매각은 고육책이다. CJ푸드빌은 베이커리전문점 뚜레쥬르, 패밀리레스토랑 빕스, 한식뷔페 계절밥상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적자가 400억원을 넘어섰다. 수년째 실적이 악화됐다. 외식 경기가 침체된 데다 트렌드에 뒤처지면서 적자가 누적됐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을 위한 투자도 여의치 않았다. 기존 브랜드의 리뉴얼, 신규 브랜드 출시 등이 미뤄지는 악순환에 빠져들었다.

CJ푸드빌은 매각 대금 2025억원을 대부분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CJ푸드빌의 부채는 약 3200억원에 달한다. CJ푸드빌 관계자는 “뚜레쥬르 등 베이커리 사업과 빕스, 계절밥상 등 외식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투썸을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지난해 3월 투썸플레이스 지분 40%가량을 인수했다. 이후 한국 커피시장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해 경영권 인수에 나섰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CJ그룹 관계자는 “투썸플레이스가 스타벅스에 이은 국내 2위 브랜드인 만큼 성장성과 확장 가능성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CJ, 투썸플레이스 판다
中 공략…국내에선 스타벅스와 경쟁

투썸플레이스가 새 주인을 만난 만큼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J푸드빌에서 분사한 투썸플레이스는 지난해 11월 중국에 신규 법인을 설립했다. 2014년 상하이에 처음 진출한 이후 한때 매장이 40여 개로 늘기도 했지만, 지금은 20여 개로 줄었다. 모회사의 경영실적이 좋지 않아 공격적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투썸플레이스가 고속성장하고 있는 중국 커피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투썸플레이스는 2012년 12월 신촌 1호점에서 시작한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다. 전국에 1079개 점포를 두고 있으며 이 중 95% 이상이 가맹점이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기존 가맹사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플래그십 매장 투자 등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인력도 그대로 승계하기로 했다.

하지만 1000여 곳에 달하는 투썸플레이스 가맹점 점주들은 갑작스러운 매각 소식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사전 예고나 협의 없이 모기업의 실적 악화를 이유로 주인이 바뀌는 것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서대문구의 한 점주는 “많은 커피 프랜차이즈 중에서도 CJ라는 대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믿고 투썸을 택했는데, 외국계 사모펀드의 손에 넘어간다고 하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