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가격 상승은 인상요인…서민들 물가 부담은 동결요인
"서민 술인데…올려? 말어?" 지방 소주 가격 인상 딜레마
소주업계 1위 기업인 하이트진로가 다음 달부터 소주 가격을 6.45%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지방 소주사들도 가격 인상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지방 소주사 선두주자인 무학, 대선주조, 금복주 등은 하이트진로 소주 가격 인상 발표에도 아직 가격 인상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대선주조와 무학 등은 2015년 하이트진로와 함께 소주 가격을 인상한 이후 지금까지 3년 넘도록 가격을 동결하고 있다.

지방 소주사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소주에 첨가하는 원재료를 고급화하면서 제조원가가 크게 올라 가격 인상요인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여론에 민감한 지방 소주회사 입장에서 앞장서 가격을 올리기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벌이는 대선주조와 무학은 '대선'과 '딱 좋은데이' 등 주력 제품에 천연 감미료인 '토마틴'을 첨가하고 암반수를 사용하면서 제조원가가 크게 올랐다.

토마틴은 서아프리카 열대우림에서 자생하는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 감미료로 단맛이 설탕의 2천∼3천배에 달하며, 가격도 ㎏당 2천만원을 넘는다.

다른 소주사 관계자는 "2015년 가격 인상 이후 최저시급 등 인건비가 올랐고 원재료 가격도 많이 올라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반면에 충청권 주류업체인 맥키스컴퍼니는 하이트진로의 가격 인상 방침에도 불구하고 주력 제품 '이제우린' 가격을 동결하기로 했다.

맥키스컴퍼니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 상황과 물가상승에 따른 서민들의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소주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서민 술인데…올려? 말어?" 지방 소주 가격 인상 딜레마
이처럼 지방 소주사들이 가격 인상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데는 소주가 서민의 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주류 제조사 입장에서 가격을 올리더라도 세금을 제외하고 회사가 얻는 인상 효과는 병당 수십 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실제로 서민들이 술집 등에서 소주를 마시며 지불하는 가격은 5천원까지 오를 것으로 보여 가격 인상에 따른 악화한 여론의 뭇매는 고스란히 주류업체에서 맞을 가능성이 크다.

지방 소주사 관계자는 "소주 가격이 오르면 유통마진과 업주 마진은 가격 인상 폭보다 훨씬 많이 오르지만, 결국 비난은 소주 제조사가 다 받게 된다"며 "가격 인상 폭과 시기를 놓고 고민하고 있지만, 이 부분이 제일 부담스럽다"고 털어놓았다.

2015년 소주 가격 인상 때 주점 등에서 판매하는 소주 1병 가격은 3천500원 내지는 4천원으로 인상 전보다 500∼1천원 올랐다.

그때와 달리 이번 가격 인상에서는 술집 판매용 소주 가격이 대부분 1천원 이상 오른 병당 5천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서민 입장에서 일행들과 함께 소주 몇병만 마셔도 1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주류업계 등에서는 지방 소주사의 소주 가격 인상도 시간문제일 뿐 결국은 시차를 두고 모두 가격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서민 술인데…올려? 말어?" 지방 소주 가격 인상 딜레마
2015년 소주 가격 인상 때에도 1위 업체인 하이트진로가 가격을 제일 먼저 올리고 한두 달 정도 시차를 두고 지방 소주사들이 동시에 가격을 올린 사례가 있다.

당시 한 지방 소주사는 다른 지방사들이 가격을 인상할 때 동참하지 않고 나 홀로 가격을 동결했으나 이 회사도 결국 8개월 뒤에 가격을 올렸다.

주류업체 관계자는 "위스키나 맥주 등 다른 주류 가격을 올릴 때는 여론이 뜨겁지 않지만, 서민의 술인 소주 가격을 올릴 때는 찬반양론이 매번 크게 엇갈린다"며 "서민 부담을 최소화하고 업체 수익성도 보장하는 선에서 인상률과 시기를 조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