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숨' (좌측) 아모레퍼시픽 '라네즈'
LG생활건강 '숨' (좌측) 아모레퍼시픽 '라네즈'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유럽, 북미, 동남아, 인도 등 해외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중국에 집중된 해외 판로를 다변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미국 화장품업체 '뉴에이본(New Avon)'의 지분 100%를 1억2500만 달러(약 1450억 원)에 인수했다. 뉴에이본은 130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 최대 화장품·퍼스널케어 업체 '에이본(Avon)'에서 분사한 업체로 IT와 구매, 물류, 영업, 일반 관리 분야의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 부문의 호조 덕에 지난 1분기 1조8748억원의 매출에 322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3.0%, 영업이익은 13.5% 늘어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에 매출이 과도하게 집중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에이본 브랜드의 제품 라인을 업그레이드하고, 북미 인프라를 활용해 LG생활건강 브랜드를 글로벌 시장에 진출시키겠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도 국내에서의 부진과 중국에 집중된 해외 매출 분산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0일 프리미엄 브랜드 라네즈를 프랑스, 러시아,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18개국 800여 개 '세포라(Sephora)' 매장에 입점시켰다. 미국, 호주 세포라의 성공적인 론칭 경험으로 유럽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본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진출 국가는 총 36개로 늘어났다. 아모레퍼시픽은 2025년까지 글로벌 진출 국가를 50개로 확대하고 해외 매출 비중도 5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앞서 설화수 등 프리미엄 라인으로 중화권의 인기를 끌었고 동남아시아권에서는 색조 브랜드인 에뛰드하우스가 선전하고 있다. 최근 인도시장도 주목하고 있다.

서경배 회장은 지난 1일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열린 임직원 정기조회에서 "인도는 중국과 아세안, 미국에 이은 네 번째 중요한 기둥(柱)으로, 우리의 집을 완성하는 역할을 할 핵심 국가"라면서 "인도에 많은 관심을 갖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기회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애경산업은 대표 화장품 브랜드 'AGE 20's(에이지투웨니스)'로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2월 태국 방콕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 '씨얌 파라곤'과 '메가 방나 쇼핑센터'에 AGE 20's를 입점시킨 애경산업은 지난달 베트남 화장품 전문 유통채널인 '하사키 뷰티앤스파'와 베트남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 '라자다'에 AGE 20's를 판매하기로 했다. 베트남에서는 앞으로 판매채널을 추가로 늘릴 계획도 세우고 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중국 등 해외 사업을 시작한 지 불과 몇 년 안됐지만 올해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중심으로 수출 국가를 늘려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올리브영이 오는 5월 1일부터 전국 매장과 온라인몰에서 컬러그램톡 제품을 판매한다. [사진=올리브영]
올리브영이 오는 5월 1일부터 전국 매장과 온라인몰에서 컬러그램톡 제품을 판매한다. [사진=올리브영]
국내 H&B(헬스&뷰티)스토어 올리브영도 K팝을 접목시킨 뷰티 브랜드 '컬러그램톡'을 내달 1일 출시하기로 했다. 컬러그램톡은 뷰티와 음악이 결합된 국내 최초의 코스메틱 브랜드로, K팝에 관심이 높은 해외 소비자를 겨냥해 기획됐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제 3의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일본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며 "일본은 최근 K팝에 이은 K뷰티 열풍이 불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리브영은 일본뿐만 아니라 대만, 동남아 지역의 드럭스토어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올리브영을 운영하는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는 지난해 3월과 4월 각각 미국 현지에 씨제이올리브영 아메리카(CJ OLIVEYOUNG AMERICA, INC.)와 씨제이올리브영 뉴욕(CJ OLIVEYOUNG NEW YORK, LLC) 등 법인 두 곳을 설립하고 북미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지난 25일 스위스 수도 베른에 위치한 마노르백화점에 상설 한국화장품관을 개설했다. 이 한국화장품관에는 스킨케어와 마스크팩을 중심으로 10개 국내기업 브랜드가 입점했다. 마노르는 스위스 최대 백화점 프랜차이즈로 연간 매출은 25억 스위스 프랑(2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번에 현지 최대 백화점 유통채널을 확보함에 따라 20억 달러(2조3000억원) 규모의 스위스 화장품 시장에 한국 업체가 본격 진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코트라는 기대하고 있다.

특히 스위스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유럽 화장품인증(CPNP) 등 인증 없이도 화장품 수출이 가능하다. 또한 EU 시장으로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화장품업체들은 스위스 시장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CPNP 등록을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두영 코트라 취리히무역관장은 "현지 최대 백화점 진입에 성공했다는 것은 K-뷰티가 아는 사람만 아는 상품에서 메인스트림 상품으로 격상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성신여자대학교 뷰티생활산업국제대학 학장인 김주덕 교수는 "2016년도에 우리나라가 화장품 수출 5위국에 오르면서 2022년에 세계 화장품 수출 3위국으로 가자는 목표를 세웠지만 정부의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며 "전자나 IT, 자동차뿐만 아니라 화장품도 국가에서 지원해주고 규제를 풀어주면 해외시장에서 훨씬 더 많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세계시장에서 일본이나 유럽 브랜드를 이기려면 기능성 화장품보다 더 진화된 '코스메디컬(화장품+의약품)' 제품을 강화해야 한다"며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긴장이 완화됐고 방탄소년단이 한국에 대한 관심을 모아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미지 산업인 화장품 산업은 이제부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