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중국의 올해 1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이 1% 초반까지 떨어지리란 전망이 퍼졌다. 주요 경제 지표가 계속 부진해서다. 하지만 지난 17일 공개된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은 1.4%를 기록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50.5)도 4개월 만에 50을 넘었다.

美·中은 선방했는데 韓만 뒷걸음…"내부요인 크다"
올초 경기 둔화 우려가 커졌던 미국 경기도 회복 조짐이 보인다. 미국의 지난달 소매판매는 1년6개월 만에 최대폭 증가했고 1~2월 무역수지도 2개월 연속 개선됐다. 당초 0% 초반까지 떨어졌던 올 1분기 미국 성장률 전망치도 0.5% 수준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을 보면 한국의 1분기 성장률은 -0.3%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3.3%)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한국과 교역 1, 2위 나라인 중국 및 미국 경제는 ‘훈풍’이 부는데 한국엔 유독 칼바람이 불어닥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세계경제 둔화 등 외부 요인보다 내부 요인이 성장둔화의 근본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1분기 성장률 ‘쇼크’엔 급격한 투자 감소 탓이 컸다”며 “이는 노동 경직성을 높이는 정책, 법인세 인상, 정부의 시장가격 개입 등으로 기업가정신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적극적인 감세와 투자 활성화 정책으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미국, 중국 정부와 대비되는 대목이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이 국내 투자는 안 하지만 해외 투자는 많이 하고 있지 않냐”며 “한국의 투자 환경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간 상대적으로 선전하던 소비가 부진했던 것도 1분기 마이너스 성장에 영향을 줬다”며 “정부가 복지에 돈을 쏟아붓고 단기적인 경기 부양에만 집착하느라 근본적인 소비 활성화 대책을 내놓지 못한 탓”이라고 꼬집었다. 1분기 소비는 0.1% 증가하는 데 그쳐 3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김 교수는 “정부 재정 지출 확대가 지나쳐 민간 소비를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전망도 어둡다. 김 교수는 “올해 연간 성장률 2.3%를 예상한다”며 “수출이 하반기에도 크게 회복될 것 같지 않고 투자와 소비는 성장 모멘텀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2.6~2.7%로 내다보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우리 연구원은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을 2.5%에서 2.3%로 낮췄다”며 “주력산업 경쟁력이 한계에 부딪혔고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이 겹쳐 경제에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서민준/김익환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