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80조원 투자·고용 방안 이어 이번엔 시스템 반도체에만 133조원
반도체 경기 '다운턴'에 "이제 진짜 실력 나오는 것" 자신감


삼성전자가 24일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시장까지 장악하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야심찬 '청사진'이다.

특히 이는 지난 2009년 회사 창립 40주년을 맞아 이건희 회장이 내놨던 '비전 2020' 이후 10년 만에 '새 총수'인 이 부회장 주도로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이목을 끌었다.

물론 IT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와 새로운 경영이념까지 포함했던 '비전 2020'과는 차이가 있지만 신성장 동력 확보와 국가경제 기여 등의 취지는 일맥상통한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 '초일류 기업 100년'을 향한 새로운 도전을 담은 '비전 2020: 미래 사회에 대한 영감, 새로운 미래 창조(Inspire the World, Create the Future)'를 발표했다.

2020년까지 한해 매출 4천억달러(당시 기준 약 473조원)로 전세계 IT업계에서 압도적 1위에 올라서는 동시에 글로벌 10대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구체적인 목표치도 제시했다.

앞서 1999년 창립 30주년을 맞았을 때 내걸었던 '10년 후 매출 100조원 돌파, IT 업계 3위 진입' 목표를 사실상 모두 달성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한 것이다.
이건희 '비전 2020' 10년만에 나온 이재용 '반도체 비전 2030'

내년 매출 전망치는 약 240조원 수준으로, 목표 도달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과 2018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TV와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패널 업계에서도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번 '반도체 비전 2030'은 반도체 사업에 국한됐지만 신성장동력 확보, 동반성장·상생협력, 일자리 창출 등 국가 차원에서 추진되는 발전 전략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비전 2020'의 종료 시점을 앞두고 주력사업인 반도체 부문에서 초격차 전략을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약 180조원 규모의 투자·고용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만 2030년까지 무려 13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통큰' 계획을 내놓으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월 청와대에서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다운턴(하락국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우려에 "좋지는 않지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면서 "기업이 성장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자신감을 반영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런 잇단 투자·고용 계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먼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을 갖고 선제적으로 중장기 투자계획을 내놓을 필요는 있지만 혹여 순수한 사업적 판단 외에 다른 요인을 감안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내년에 전사적인 청사진인 새로운 중장기 비전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최근 내놓은 잇단 투자, 교육, 상생 방안 등도 이를 위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비전 2020' 10년만에 나온 이재용 '반도체 비전 2030'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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